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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 감과 밤에 대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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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감과 밤에 대한 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1/07 09:45 수정 2017.11.07 09:45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내가 쩍벌남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날 일이 떠오른다. 나는 창가에 앉았고, 아파트 정문에서 이십 대 초반 여자가 내 옆에 앉았다. 젊은 여자가 옆에 앉아 조심스러웠지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창밖을 보던 나는 눈을 감았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발 다리 좀 오므리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얼결에 눈을 떴고, 후닥닥 다리를 오므렸다. 당혹스러워 그녀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주위 누군가 나를 보는 건 아닐까. 성추행을 하려는 줄 알고. 50대 남자가 딸 같은 여자에게. 아, 아닐 것이다. 전철 안에만 쩍벌남이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에도 쩍벌남이 있구나. 노포동에 도착할 때까지 얼굴이 화끈거려 먼 풍경만 봤다. 몇십 년 넘게 자가용에 길들여진 탓일까. 그래서 지금껏 다리를 오므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남자랍시고 그런 걸까.


그런데 며칠 후 퇴근 무렵,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도 하얀 옷을 입은 이십대 아가씨였다. 힘든 노동과 장거리 운전에 지쳤던 탓인지 금세 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신경질적인 여자 손짓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다리를 거칠게 밀어냈다. 나는 찍소리 못하고, 멍청히 앉아 있었다. 혹 성추행한 범인으로 몰리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날까. 잠이 통제력을 앗아가는 탓일까. 과거에 사진을 찍을 때도 이렇게 다리를 벌리고 있었는데. 나는 한 번도 다리를 오므리고 앉으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울해졌다. 그것이 남자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번에는 감ㆍ밤에 대해 알아봤다.

ㆍ곶감 : 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서 말린 감.
ㆍ풋감 : 빛이 퍼렇고 아직 덜 익은 감.
ㆍ날밤 : 굽거나 삶거나 찌거나 말리거나 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 밤 = 생밤.
ㆍ밤톨 : 낱낱의 밤알.
ㆍ밤느정이 : 밤나무의 꽃.
ㆍ덕석밤 : 넓적하고 크게 생긴 밤.
ㆍ도톨밤 : 도토리같이 둥글고 작은 밤.
ㆍ두톨박이 : 알이 두 개만 여물어 들어 있는 밤송이.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는 나훈아 노래가 들려옵니다. 홍시는 감나무에 따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풋풋하고 단단했던 감이 물렁물렁하게 잘 익으면 홍시가 됩니다. 홍시는 꼭 노을처럼 붉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어린 시절 감나무 위에 올라가 홍시가 떨어질세라 전짓대로 조심스럽게 따던 때가 생각납니다.


2) 가슴에 리본을 달 때, 또는 바지춤이나 치맛단이 터졌을 때 임시방편으로 쓰는 핀은 흔히 옷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안전핀’입니다. 한쪽 끝이 둥글게 굽어 있어서 찔리지 않게 바늘 끝을 숨길 수 있게 만든 핀입니다.


3) 전에는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조금 떼어 내던지며 ‘고시레!’하고 외쳤는데 고시레는 ‘고수레’의 방언입니다. 굶어 죽은 ‘고 씨’를 가엾게 여겨 고시레, 외치며 음식을 던져준다는 옛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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