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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보육대란, 관계기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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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관계기관 뭐했나?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11/14 08:54 수정 2017.11.14 08:54













 
↑↑ 엄아현
coffeehof@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큰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신도시지역 보육대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1천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진학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어린이집도 빈자리가 없다. 10곳 넘게 재원신청서를 쓰고 밤새 줄을 서 봐도 대기자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민원이 빗발치고 심지어 양산을 떠나겠다는 푸념까지 쏟아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관계 기관에서는 도대체 뭘 한 걸까? 궁금해졌다. 


먼저 양산교육지원청에 물었다. 


올해 초 매뉴얼대로 내년 원아 수용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 10곳을 설립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경남은 물론 요즘 전국에서도 핫한 곳인지라 설립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청만 고작 5곳. 이마저도 교육영향평가를 통해 설립 결격 사유가 있는 2곳은 탈락하고, 1곳은 예정 부지 마을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이유로 유치원 설립을 반대했다. 2곳 가운데 1곳은 또 9월이나 돼야 개원 가능하다. 그래서 내년 3월에 사립유치원 1곳 9학급 개원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부랴부랴 공립 병설유치원 확대에 나섰다. 내년 초 개교하는 가양초 병설유치원을 제외하고 증설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가뜩이나 과밀학급으로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신도시 초등학교에 남아 있는 교실이 있을 턱이 없다. 겨우겨우 3학급을 증설하기로 했다. 

 
다행히 2015년 공립 단설유치원인 양산유치원 개원 당시 사립유치원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통폐합했던 소규모병설유치원(오봉초ㆍ물금초ㆍ범어초)이 남아있다. 그런데 거리가 멀다. 이들 유치원을 증설하려면 통학차량이 필요하다. 당장 통학차량, 운행자, 동승자 등을 구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결론은 64학급 필요하지만 12학급 증설에 그쳤다. 내년 3월 예고된 보육대란 막을 방법이 없다. 


다음은 양산시청에 물었다. 


올해만 물금신도시에 아파트 6곳이 입주를 시작했다. 내년에도 아파트 4곳이 더 입주한다. 입주하는 아파트마다 가정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올해만 가정어린이집 6곳이 개원했다. 내년 1월에는 대방5차아파트 관리동에 시립어린이집도 개원한다. 


하지만 고작 15~20명 남짓 수용하는 가정어린이집 개원으로는 원아 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문제는 아파트별 관리동 민간어린이집이 입주에 맞춰 개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9월부터 입주 전 어린이집이 개원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됐지만 소용없다. 입주 3개월 전부터 시행사가 입주 예정자 사전점검 때 동의를 받아 관리규약을 만들고, 그 절차에 따라 어린이집 설립자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개원을 서둘러 준비한 시행사가 없는 데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적용대상이 안 돼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론은 물금신도시 5천210명 정원 가운데 현재 재원생인 5천91명을 제외하고 119명만이 입소할 수 있다. 바늘구멍 정도만 남아 있어 내년 3월 예고된 보육대란을 막을 방법이 없다. 

 
대체로 노력했다는 해명이다. 현행법과 절차에 따라 방법을 찾았지만 해결책이 없었고, 그래서 내년에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였다. 만약 내가 기자 입장에서만 이 얘기를 들었다면 이해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3세, 6세 두 아이 부모다. 물금신도시에 살고 있지 않아서 해당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들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동병상련이다. 더욱이 일을 하는 워킹맘들은 당장 보육시설에 보내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남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추첨에 떨어지고 대기번호조차 못 받아 1시간 거리 부산으로 유치원을 보내게 생겼다는 인터뷰를 했던 한 학부모가 했던 말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그런 해명으로 이해를 구하기에는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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