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적을지 모르겠다/선생님이 내보고/시를 쓰라고 하니/나는 집에 가고 싶다
지진
땅이 깨끗하니/땅이 행복해한다/땅이 더러워졌다/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서/더러워졌다/땅은 아프다고 화가 나서/흔들흔들 지진을 만든다
한글 배우기 힘든 내 동생
한글 모르는 내 동생/어떻게 한글을 모를까?/아주 쉬운 한글/나는 다 아는 한글/우리 동생만 모른다/나보다 말은 더 잘하는 내 동생/한글 공부만 하면/말문이 막히네
-상북초 창작동시 시화전 중
학생들은 방과후 글쓰기 활동을 하면서 1년간 틈틈이 시를 썼고, 이 가운데 창작시 40편을 시화로 전시한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모양 한지 부채에 자신들 시를 붓펜으로 쓰고, 물감으로 정성껏 꾸미는 활동까지 손수했다.
상북초는 “아이들이 쓴 창작 동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모르겠다’, ‘어쩌라고’ 등 단어들은 어른들은 갖기 힘든 아이들만의 자유롭고 솔직한 문장들”이라며 “아이들은 시를 쓰며 자신 속에 내제한 이런 단어들을 속 시원하게 글로 표현함으로써 답답함을 해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모르겠다’는 동시는 방과후 글쓰기 활동을 하면서 선생님이 시를 한번 써보라고 했지만 뭘 적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며 ‘나는 집에 가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환경문제를 아이 눈높이로 쓴 시도 눈에 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 더러워진 땅이 아프다고 화가 나서 흔들흔들 지진을 만들었다는 대목은 어른들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족을 꽃이나 수박 등에 비유해 천진난만한 아이 생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엄마는 예쁜꽃, 아빠는 멋진 신사꽃, 동생은 웃음꽃, 나는 공부꽃 등 가족들을 꽃으로 상징해 자신 눈에 비치는 가족 특징을 그대로 표현해 냈다. 또 다른 시는 수박 씨가 늘어날 때마다 우리 가족이 모인다는 내용으로 옹기종이 모여앉아 수박을 나눠 먹는 정다운 가족 모습을 연상케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까칠한 친언니를 고슴도치에 비유하고, 한글을 모르는 동생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솔직한 심정을 말하고, 국수와 결혼한 젓가락, 내 운과 함께 돌아가는 팽이, 바람과 술래잡기하는 가을, 멀리 멀리 여행가는 민들레 등 흔히 있는 일과 사물, 현상을 아이들 생각으로 비유하고 표현한 동시들로 잠깐 동안이나마 동심에 빠져든다.
창작시를 쓴 한 학생은 “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솔직한 내 이야기를 썼는데, 이것도 시가 된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최영숙 교장은 “우리 상북 아이들의 솔직하고 예쁜 감정들이 담긴 시를 보며 아이들을 더 자세히 읽을 수 있고,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작품 하나하나가 아이들 일상이 담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망졸망 빨랫줄에 걸려있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이쁜 마음을 직접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는 17일까지 양산교육지원청 2층 로비를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