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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늘어나는 ‘10대 알바생’ 위한 사회안전망 절실..
사회

늘어나는 ‘10대 알바생’ 위한 사회안전망 절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7/11/21 09:50 수정 2017.11.21 09:50
알바하는 양산청소년 증가 불구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전무
타 지자체 비해 지자체 관심 저조
보다 못한 NGO단체, 청소년들
최소 보호장치 필요성 제기
“청소년근로보호센터 설치하고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해야”

#사례1
고3 김아무개 군은 3개월간 PC방에서 일을 했다. 부모동의서 제출 후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근무하기로 했다. 야간 근무에다 식사 시간이 별도로 없어 사장님 허락하에 컵라면, 빵 등 PC방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자주 먹었다. 또 관리자 ID로 게임도 즐길 수 있어 대체로 만족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이 절도죄로 김 군을 경찰에 신고했다. PC방 음식을 훔쳐 먹고 관리자 ID를 도용했다는 이유다. ‘도둑놈에게 월급을 줄 수 없다’며 임금도 체불했다.

#사례2
이아무개(17) 군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에 낯선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과 잘 아는 사이인데 수표 20만원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업무를 방해하면서까지 당당하게 요구했다. 하는 수 없이 만원 지폐 20장을 건네주는 순간,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편의점 사장은 손실금 보상 차원에서 이 군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해고해 버렸다.




최근 양산노동민원상담소에 신고된 양산지역 청소년 아르바이트 피해 사례다. 최저 임금을 보장하지 않고 열악하고 부당한 근로 조건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한 업주들 꼼수에 사회 초년생인 청소년들은 대책 없이 당하기 일쑤다.


양산노동민원상담소 이은아 사무국장은 “청소년 노동 피해 상담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피해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구제 방법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해 신고나 상담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두 사례 모두 부당한 처우로, 원칙적으로 임금은 미리 공제하는 것 없이 무조건 전액 지급해야 한다. 월급은 월급대로, 손해배상은 손해배상대로 이뤄져야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존중 없이 사업자 편의와 기분대로 처리하는 경향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아르바이트와 현장실습 등 청소년 노동시장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병폐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양산지역은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가 전무한 상황이다. 양산교육지원청은 물론 양산시 역시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전담 인력을 배치한 상담이나 특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타 지자체 경우 교육청 내 안심알바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청소년 노동인권센터나 노동인권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청소년 노동인권 증진에 노력하는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지난달 창원지역은 창원시ㆍ고용노동부ㆍ경제인협회ㆍ한국노총 등 노사민정협의회를 구성해 ‘청소년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공동선언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선도 행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보다 못한 양산YMCA가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고 거리로 나섰다. 양산청년들이 지난 8월부터 편의점과 카페, 식당 등을 방문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모니터일지를 작성해 실태를 파악하는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양산YMCA 박희경 간사는 “모니터링 내용을 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임금체불, 비고정적인 근로시간(손님이 많을 때만 아르바이트를 시킴), 언어폭력 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청소년 근무가 밀집해 있는 식당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학교와 청소년단체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해 정확한 실태 파악 후 대처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소년 정책을 제안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양산시청소년의회에서 청소년 권익 보호를 위한 청소년근로보호센터 설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산시청소년의회 인권복지위원회 송현빈 위원(경남외고2)은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설치하고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등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체제를 확립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또 착한 알바 사업장 선발 등 다양한 인센티브 사업과 청소년 근로 안내서 제작ㆍ보급, 청소년 부당 노동 신고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발맞춰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제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와 충청 등 타 지자체에서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이 조례는 청소년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민관 협의체 구성, 청소년 노동 실태조사 시행, 상담체계 구축 등 일하는 청소년 권리를 보호ㆍ증진해야 할 일을 주로 명시했다. 다시 말해 부당한 노동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청소년들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양산시의회 차예경 시의원(민주, 비례)은 “청소년 노동인권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부 청소년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학업을 마친 이후 사회적 출발을 해야 하는 모든 청소년 문제”라며 “사회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조례는 일하는 청소년을 보호할 최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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