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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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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의 부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1/21 09:45 수정 2017.11.21 09:45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는 있고 일반고에 없는 게
무엇인지 현장을 분석하고 실천 계획을 세워
열정과 사명으로 실행하는 것만이 일반고를 살리는 답이다













 
↑↑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양산시민신문 
지난 2일 교육부는 2018학년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일반고와 같은 날 신입생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사, 외고, 국제고가 우수 학생들을 먼저 선발하는 탓에 일반고가 무너졌다고 판단하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동시 선발이라는 제재 방법을 가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자사, 외고, 국제고는 일반고보다 먼저 입시를 치러 불합격하더라도 일반고 지원에는 제약이 없었다. 그러나 2018학년도부터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탈락한 학생은 정원 미달인 일반고에 배치돼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개정안은 일반고를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극약 처방이라고 하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으로 빠져나가 일반고가 속수무책으로 낙후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떤 이유건 대다수 학생이 진학하는 일반고가 입는 피해를 생각하면 어떤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특목고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날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문제는 정책 의지 진정성과 정책 방향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는 현 대통령 대표적인 교육 공약 사항이다. 수월성 교육 필요성을 놓고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일반교육 시스템과 특수교육 시스템은 존재하고 있고 두 정책은 공존하면서 상호 인재교육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에 학부모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자 교육부가 슬그머니 방향을 선회한 것이 이번 개정안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교육부가 스스로 공언했던 사안이 아닌가.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겠다고 장담했던 국가교육회의는 아직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설립 목적을 살리지 못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폐지하겠다면서 과학고를 동시 선발에서 제외시킨 것도 정책 모순이다. 



과학고에서도 의대, 치대, 한의대 등으로 설립 취지를 못 살린 진학 사례들도 넘쳐난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아 폐지한다면 과학고에서 의과계열에 진학을 처음부터 차단하고 신입생을 선발해야 공정한 게임이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진정성과 정책 방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교육정책은 미래 세대와 약속이자 신뢰 보호 원칙이 생명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정책 비판을 잠시 비켜 가고자 한창 자신 꿈을 키우기 위해 준비 중인 학생들이나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온 부모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너무나 비겁하고 옹졸한 처사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학생들은 자신 능력에 따라 지원할 뿐인데 왜 지금 와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진학이 고입제도에서 큰 사회문제라는 것인가? 정책에 따라 공부한 학생이 문제인가? 열심히 허리띠 졸라매고 자식 뒷바라지 한 부모가 잘못인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입 재수를 하더라도) 본인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작스런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정책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힘없는 학생들 정신적 보상과 심리적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이제 더 이상은 이 나라 희망이요, 미래인 학생들에게 꿈을 지워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탁상행정 논리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일반고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일반고를 스스로 긴장시키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일반고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는 있고 일반고에 없는 게 무엇인지 현장을 분석하고 실천 계획을 세워 열정과 사명으로 실행하는 것만이 일반고를 살리는 답이다. 해마다 대입 입시에서 확대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는 프로그램 점검을 통해 일반고에는 당장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일반고는 대체 언제까지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그대로 두고 교사 혼자 고민하면서 일상 모습이라고 그냥 넘길 것인가? 따져 묻고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게 일반고를 살리는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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