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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고교평준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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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고교평준화를 기대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1/28 10:09 수정 2017.11.28 10:09
평준화는 교복으로 서열화하는
청춘의 첫 좌절을 막아내는 길이다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최근 아이들과 함께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수업에서 두 명이 사소한 시비로 난투극을 벌였고, 간신히 떼놓은 아이들이 분을 못 이겨 씩씩대면서 나에게 말했다. 

“어차피 선생님도 돈 때문에 수업하는 거잖아요?”, “끊으면 되잖아요” 


순간 날 선 칼이 가슴을 긋고 지나간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들었거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말했겠지만 나는 순간 그 아이들을 달랑 들어서 집에 보내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1년 가까이 민주주의와 공동체, 그리고 평화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 싶은 자괴감과 함께 말이다. 


학벌사회, 입시교육 중심, 사교육 시장 홍수 그리고 자본의 교육시장 장악이라는 현실 속에서 학교현장 밖 교육복지와 청소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미미한 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긴 한숨을 내 쉬던 차에 다시 가슴 떨리는 소식을 들었다. 


11월 27일 양산시 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가 창립총회를 가지고 오랫동안 이 꿈을 꾼 학부모, 학계, 교육계, 시민단체들이 반성의 목소리를 모아 함께 꾸는 꿈을 출범시킨다. 이를 위해 지난 21일 간담회를 가지고 앞서 고교평준화 길을 걷고 있는 김해와 거제지역 사례와 고교 평준화제도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교평준화는 1979년 마산을 중심으로 진주, 창원, 김해로 확대했고 현재 경남에서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곳을 보면 제1학군인 창원 성산구, 의창구 학교 19곳, 제2학군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13곳, 제3학군인 진주시 10곳, 그리고 제4학군인 김해시 12곳이 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예상지역으로 거제지역(제5학군), 양산지역(제6학군) 그리고 김해 장유지역(제7학군)을 들고 있다. 


간담회에서 고영남 교수는 고교평준화는 이른바 뺑뺑이로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여건 균질화 문제라고 거듭 강조하며 김해 평준화 사례를 예로 들어 상대적으로 학교 간 교육격차가 있었던 한 사립학교에 일시적으로 대폭 밀어주기(?) 투자를 해 김해시 안에서 학교 간 교육격차를 해소한 경험을 들려줬다. 옥은숙 거제 고교평준화 공동대표는 10월에 있었던 여론조사에서 찬성 64.7%로 나온 결과까지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거제 사례에서 실제 당사자인 중학생 여론조사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중학생 찬성은 평균 64.7%와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고교평준화에 대한 막연한 이해와 근거리 미배정 같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타산지석으로 배우게 된다. 


지금 양산에서 평준화를 준비한다는 것은 보편교육, 보편복지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본이 아무리 수월성과 ‘내 아이 특별함’을 내세워 공격하더라도 튼튼하게 막아낼 방탄소녀와 소년단을 키워야 한다. 평준화는 교복으로 서열화하는 청춘의 첫 좌절을 막아내는 길이고 중학교 현장부터 벌어지는 고교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길이다. 또한 성적 하향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양산 역시 학교 간 교육격차와 거리 등으로 인한 비선호 학교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 해법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여론조사까지 학교선택권과 보편교육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도 겪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의회에서 최종 결정하기까지 도의회가 민심을 반영하는 과정 또한 세밀하게 기록될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가슴 뛰는 여정이 될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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