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보육대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관련 기관들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본현황과 근거 자료 등이 뒤죽박죽된 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엇박자 대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물금신도시 경우 유치원 입학 희망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유치원 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립유치원 경쟁률이 20:1을 넘고, 입학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유치원 앞에서 밤새도록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추첨에서 떨어지고 대기자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한 학부모들 민원이 빗발쳤다.<본지 699호, 2017년 11월 14일자>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경남도의회 김성훈 의원과 양산시의회 심경숙 의원이 회기 중 각각 도정질의와 건의안 발의를 통해 보육대란 해소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윤영석 국회의원도 관계 정부부처 협의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청과 양산시가 한 달여 만에 내놓은 대책은 오갈 데 없는 학부모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두 기관이 보육대란 지역과 유아 수 등 기본현황을 다르게 산출, 근거 자료를 제시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보육대란 핵심은 양산물금 택지개발사업지구(물금신도시)에 포함돼 있는 물금ㆍ동면지역에 누리과정 교육을 받아야 하는 만 3세~5세까지 갈 수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유치원 취학권역인 물금ㆍ동면ㆍ양주ㆍ중앙까지 포함해 유치원 학급 수와 부족 인원을 산출했다. 반면 양산시는 물금읍에만 국한, 동면이 빠진 어린이집 확충 방안을 내놓았다.
더욱이 지난 12일 나동연 양산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내놓은 보육정책 대책도 근거 자료에 허점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물금신도시 만 3세~5세 미취학 아동 4천749명 가운데 실제 수용은 어린이집이 719명(15%), 유치원 2천370명(50%), 가정양육이 240명(5%)이다. 남은 1천420명(30%)에 대한 대책으로 어린이집 14곳을 신규 개원해 587명, 유치원 4곳을 신규 개원해 784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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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하지만 신규 개원하겠다는 어린이집은 민간 8곳, 가정 5곳, 국공립 1곳으로 만 0~5세까지 이용시설이다. 이들 시설 총 정원이 587명이기 때문에 만 3세~5세 수용 정원은 절반 수준인 220여명 남짓이다.
더욱이 현재 물금지역 내 130곳 어린이집이 있지만 누리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39곳에 불과할 정도로 만 3~5세 학급 개설률이 현저히 낮다. 때문에 만 3~5세가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전체 정원 확대를 대책으로 내세운 셈이다.
게다가 신규 개원 예정 어린이집 14곳 가운데 4곳은 이나마도 동면지역으로, 보육현황은 물금읍인데 대책은 동면까지 포함한 뒤죽박죽 자료를 내놓아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14일 교육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내놓은 대책도 이해하기 힘들다. 보통교실 면적(66㎡→50㎡)과 층수 제한(3층도 보통교실 허용)을 완화하는 유치원 설립기준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사립유치원 한 곳당 학급 수와 원아 수를 지금보다 더 늘일 수 있는 방안이다.
이처럼 아이들 교육환경이 현재 조건보다 다소 나빠지더라도 정치권 등에서 규제 완화를 촉구한 이유는 그만큼 보육대란 해소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변경한 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즉 이미 설립 승인받은 유치원은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보육대란 해소를 위해 내년 개원을 목표로 설립을 서두르던 유치원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설립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허점투성이 엇박자 행정에 학부모들은 대책을 어디까지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민원을 넣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하고, 많은 언론을 통해 하소연도 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며 “물론 시설을 늘린다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교육청, 양산시, 정치권이 사태 심각성을 감안해 한자리에 모여 대안을 마련하고 한목소리를 냈다면 학부모들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