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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나는 시곗바늘로 태어나지 않았다..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나는 시곗바늘로 태어나지 않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12/12 09:56 수정 2017.12.12 09:56













 
↑↑ 박주현
희망웅상 자원봉사자
ⓒ 양산시민신문 
언젠가부터 해마다 12월 끝자락에는 한 해를 잘 살았는지 평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매번 똑같이 아쉬움으로 착잡해진 마음 한편에 위로와 격려를 불어넣어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곤 했다. 

새해가 막 시작하는 첫날에 품었던 찬란한 계획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진 지 오래전이라 승복이 당연한 결과였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부분도 있어 왠지 뭔가 스스로 ‘그래도 이만하면 됐어’라는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늘 그렇듯 어김없이 올해도 어깨를 움츠리는 계절이 왔고 이내 달력은 ‘12’라는 숫자를 남겨 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다른 작은 변화 속에 한해가 저무는 지금 나는 무척이나 평온하다는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시각이 이끄는 대로 자신을 몰아가기만 했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자, 올해부터는 시간에서 자유롭기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단 1초도 거스르지 않고 평생 같은 박자에 맞춰 똑딱이고,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때로는 야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시간과 느긋한 산책을 했다.


시간의 틀 속에 단단하게 종속돼 있던 사슬을 과감하게 풀고 그저 몸과 마음이 시간이 돼 움직일 뿐…. 그러다 보니 매 순간 시간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형태의 강박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자신의 하루는 25시라며 한 시간을 남들보다 더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그 귀하게 얻은 한 시간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구구절절 얘기하며 그 시간이 자신을 성공하게 한 원천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랬다. 그들의 성공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강박은 단호하면서도 늘 아름답게 묘사됐다. 그런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들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던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한 대목에 마음이 쏠렸다.


어느 평화로운 한 마을에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추앙을 받는 선지자가 있었고 그에게는 혼기가 찬 딸이 있었다. 전국에서 선지자 딸에게 청혼하러 수많은 젊은이가 모였고, 선지자는 사위를 얻기 위해 한 가지 과제를 냈다.


숟가락에 얹혀있는 기름을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정원을 한 바퀴 돌아와서 정원에 무엇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의 딸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청년들은 기름이 담긴 숟가락을 들고 저마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통 경쟁자들이,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 승리의 나팔을 불지나 않을까 불안에 몸서리를 치며 걸음을 옮기기에 바빴다. 기름을 흘릴까 봐 두려워 숟가락만 보고 간 사람은 정원에 무엇이 있었는지 답할 수 없었고, 정원에 있는 화려한 나무와 꽃의 향기에 매료된 사람들은 정원 풍경에 취해 한 바퀴 돌아왔지만, 숟가락 기름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오직 한 청년만이 기름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걷다가 잠시 멈춰 선 다음, 정원을 휘 한번 둘러보고 숨을 다시 고른 후, 숟가락을 조심스레 들고 정원을 무사히 한 바퀴 돌았다. 물론, 그 청년은 선지자 딸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올해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아마 내년에도 역시나 여러 가지 일들로 한 해를 채울 것이다. 나에게 생기는 이런저런 일들은 나뭇가지처럼 쉬지 않고 자라나 뻗고 있다. 그냥 두면 이 가지가 저 가지를 엉켜 놓고 망칠 듯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불필요한 가지들을 스스로 잘라내기 위한 때를 조용히 기다리는 나무를 닮으려 한다. 

 
곧 다시 늘 같은 듯 다른 옷을 입은 1월이 올 것이고 나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신년 계획 따위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주는 연속성이 결국엔 한 가지로 연결돼 한 기둥에 있음을 알았으므로….


※2017년을 함께 한 모든 분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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