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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웅 아는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
ⓒ 양산시민신문 |
요즘은 뉴스에서건 동네 술자리에서건 ‘명예훼손’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이라 환영할 수도 있지만, 사사건건 명예훼손을 결부시킨다면 정작 단죄받아 마땅한 진짜 명예훼손이 단순한 말다툼으로 치부되기도, 반대로 별문제 없는 사소한 시비가 고소(명예훼손죄)와 맞고소(무고죄)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을 범죄로써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예훼손죄란 무엇인가요?
우리 형법에서는 ‘공연히 사실(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람의 ‘명예’란, 한 인간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 그를 통해 두루 인정되는 인격적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그 사람 성격이 참 좋더라”, “그 사람 신용이 있더라”와 같은 ‘호감(好感)’ 정도가 명예이고, 사람들에게 이른바 ‘비호감(非好感)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명예훼손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실(또는 허위사실)’의 적시란 ‘나는 이렇게 보인다’는 의견 정도를 넘어, 그 진위를 따져봄 직한 과거나 현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해 진술하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너는 어제 아침부터 탕수육을 먹었다’는 말은 사실 적시가 되고,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참 미련해 보인다’는 말은 구체적 사실 적시가 없는 추상적 가치판단으로서 ‘모욕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연히’ 명예를 훼손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명예훼손죄 요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공연성’입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미이며, 그런 상태이기만 하면 되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식 여부를 캐물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길 가는 사람 누구라도 들어라’고 말했다면, 불특정인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며, 이때는 상대의 다소(多少)를 따지지 않고 바로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5~6명 이상 규모라면 ‘다수인’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점은, ‘한 사람’에 대해 사실을 유포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으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가 될 즉, ‘소문이 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아내가 남편 친구를 상대로 남편 명예를 훼손한 사례에서 ‘남편 친구가 자신 친구에게 해가 될 소문을 낼 리 없다’고 봐 공연성을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을 기초로 앞서 사례를 살피면, 공연성만이 문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장에게 그 직원 명예를 훼손한 경우, 보통은 ‘사장이 직원(뿐 아니라 회사 명예)에 해가 될 소문을 낼 리 없다’고 보지만, 사내에 한정하더라도 다수에게 그 소문이 퍼질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자의 호소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단 A4용지 몇 장만으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까지 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