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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주 부산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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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 ‘목이 좋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목은 우리 몸의 중요한 통로다. 척추신경이 지날 뿐 아니라 호흡과 음식섭취 통로인 인두, 후두가 있는 곳이며, 인체 12경락 가운데 머리에서 발끝으로 흐르는 여섯 개 양경락이 모두 목을 지나간다.
머리와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병이 잘 생긴다. 목 부위에 있는 갑상선이 커지는 것이 그중 하나다. 갑상선 기능항진증, 기능저하증 모두에서 갑상선이 잘 부어오르며, 양성 갑상선 결절이나 갑상선 암에서는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다.
갑상선은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기관이지만, 갑상선 호르몬은 전신 대사를 촉진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으로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피로, 체중 증가, 부종, 무력감, 기억력 감퇴, 추위를 많이 타는 것, 변비, 근육통 등이 흔한 증상이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쉽게 치료되지만, 호르몬제 복용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반대로 심장이 빨리 뛰는 등 기능항진 증상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 기능검사상 호르몬 수치는 낮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나 호르몬 수치가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바로 호르몬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생활관리와 한방치료를 고려해 보면 좋다.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하면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생산하는 기능 자체가 영구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면 맥박이 빨리 뛰고, 더위를 많이 타며 평소보다 땀이 많아지고, 체중 감소, 설사 경향이나 손 떨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것은 기능저하증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방법은 항갑상선제를 12~18개월 정도 복용하는 것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 갑상선절제술 등이 있다. 항갑상선제는 부작용이 있고, 재발률이 높으며, 방사성 요오드치료나 갑상선절제술은 영구적인 갑상선 기능 저하를 가져올 위험도 있으므로 갑상선 기능을 잘 관찰하면서 치료해야 한다.
최근 급증한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암발생률 1위로 1년에 환자 3만여명이 새로 발생하며, 여자에게서 5~6배 더 잘 생긴다. 갑상선암은 커지는 속도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은 매우 낮다. 크기가 1cm 이하일 때는 바로 수술하기보다 정기적인 초음파 진단으로 크기 변화를 관찰해도 되지만,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불안감으로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 절제 수술을 하게 되면 이후 계속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며, 수술시 성대를 조절하는 신경과 칼슘대사를 담당하는 부갑상선이 손상되기 쉬워서 목소리가 쉬고, 손발저림이 생기는 등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수술을 결정할 때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으며, 수술 후 후유증 증상이 나타나고 피로감이 심할 경우 침치료와 한약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갑상선 부위가 커지는 것은 목 부위에 기운이 뭉친 것 때문으로 본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증상들은 양기가 부족한 양허(陽虛) 증상으로 볼 수 있고,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반대로 음기가 부족하고 몸의 화기가 위로 뜬 음허(陰虛) 증상이다.
침 치료로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증상에 따라 부족한 양기나 음기를 보충해주는 한약 처방들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가슴에 열이 몰리고 기가 뭉친 것이 목이라는 좁은 통로에서 이런 병들을 일으키므로, 갑상선질환의 예방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애쓰지 말고, 한발 물러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