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션은 1km에 만원씩 꼬박 4년을 달려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재활병원을 건립했고,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매월 급여마다 만원씩 십시일반 모아 전국 사회복지단체 995곳에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같은 듯 다른 ‘만원’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또 있다.
바로 ‘만원의 행복(https://band.us/band/56966316)’ 밴드 회원들 이야기다.
장난처럼 시작했다. 밥자리에서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만원을 달라고 했을 때, 모두가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었다. 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원이 없다고 우리 일상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만약 10만원, 100만원을 달라고 했다면 지인들 반응이 달랐을 터. 그래서 ‘만원의 행복’이 시작됐다. 혼자 만원은 적지만 100명의 만원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원의 행복 밴드 관리자 최득길 씨 아이디어로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만원의 행복이 탄생할 수 있었다.
최 씨는 “사실 우리지역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조성백 대표님 영향이 컸죠. 식당을 운영해서 번 돈을 항상 통 크게 기부하는 모습을 10여년 넘게 지켜보며 감명과 자극을 받았죠. 그런데 월급쟁이나 영세 상인들은 통 큰 기부는 꿈도 못 꿔요.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일이 남의 일로만 느껴지죠. 그래서 만원을 기꺼이 쾌척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게 ‘만원의 행복’ 취지예요”라고 설명했다.
2015년 8월 4명으로 시작한 ‘만원의 행복’ 밴드는 현재 102명 회원을 두고 있다. 한 달에 만원, 딱 만원씩만 기부하면 된다. 그렇게 100만원이 모이면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다. 기부처는 회원 누구나 추천할 수 있다. 추천한 회원이 기부금도 직접 전달한다. 그래서 회원들은 내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있는지 항상 살피는 버릇(?)이 생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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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첫 기부는 지역아동센터였다. 한 회원이 우리 아이들 돌봄과 배움터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아동센터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는 기부처가 여러 곳이면 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기부 추천이 밴드에 올라오자 그 누구도 더는 희망 기부처를 올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에 모두가 조용히 동의한 것이다. 기부금을 전달한 회원은 이 인연으로 지금도 지역아동센터에 개인 후원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만원의 행복’ 취지가 그대로 담긴 산뜻한 출발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기부는 학교 장학금, 장애인협회, 보육시설, 복지관, 면사무소(이재민 돕기) 등으로 이어졌다.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이주여성, 북한이탈주민 등 이웃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밧줄 절단 사건 희생자 가족을 돕는 일에도 동참했다.
양산뿐 아니라 부산, 대전, 칠곡, 전남 등 전국 방방곡곡 어디라도 어려운 이웃이라면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1천500만원 기부 릴레이를 기록했고, 회원 수가 늘어난 만큼 기부 속도가 빨라 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 씨는 “계좌이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지인들 가운데는 만날 때마다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몰아서 주는 경우도 있죠. 하하. 그런데 분명한 것은 모두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기부한다는 사실이죠. 아직 직접 기부금을 전달하지 않은 회원이라면 꼭 주위를 살펴서 기부처를 추천해 주세요. 기부금 모금활동에 동참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웃에게 직접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느끼는 진심과 보람을 경험하면 기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 감히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