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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
ⓒ 양산시민신문 |
그러던 어느 날 사서가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게 돼 어쩌다 내가 이 일을 대신하게 됐다. 그 덕에 양산시작은도서관협의회 활동과 도서관 관리 직무를 위해 많은 세미나에도 참여하고, 작은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해 볼 요량으로 동분서주하다 보니 작은 도서관은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다.
솔직히 작은 도서관을 관리하는 일은 내 개인적인 면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 그럼에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작은 도서관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다른 동네로 이사할 때 그곳에 있는 도서관이 어떤가를 먼저 살핀다고 한다. 도서관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우리 양산시 작은 도서관 지원 정책은 전국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해 시 차원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양산시가 유일하다 할 것이다.
일단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 의무적으로 작은 도서관을 설립하게 돼 있고, 일정 기간 도서관 운영 상황을 파악한 후 지원대상을 심사한다. 그리고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연간 1천만원 정도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이 중에는 도서관 운영경비도 있고, 책과 비품을 구입하는 비용, 문화사업을 운영하는 비용도 들어있다. 그리고 도서관을 설립한 아파트에서도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경비 일부를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돼 있다. 이런 식으로 현재 지역에는 40여곳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작은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는 관장과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시에서 재정지원을 받지만 그래도 모자라는 경우 대부분 관장과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보충한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어떻게 하든 작은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을 위해 열정을 쏟는 이들의 숨은 헌신과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되기에 우리 양산시 작은 도서관이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쉬움도 있다. 이렇게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을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의욕은 충만한데, 정작 도서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시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나 요구사항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개정된 조례들을 보면 현실성이 없는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거나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이 과연 작은 도서관에 한 번 가보기라도 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한 도시의 역사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책 읽는 시민 생활 모습이 그 도시 미래와 삶의 질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이제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습관을 가지고, 최소한 한 달에 책 2권은 읽겠다는 계획을 꼭 세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