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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성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 건설보건부 차장 | ||
ⓒ 양산시민신문 |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말처럼 불시착한 여객기에 탑승한 115명 전원은 그날 구조됐다. 기장은 그렇다면 영웅이 됐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당시 판단은 옳았던 것일까? 논란이 생겼고 기장은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나흘 만에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건설현장 지하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성탄절에 발생한 이번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화재로 숨진 이아무개(30) 씨가 동료 근로자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늦게 빠져나오다 변을 당한 것이다.
하도급업체 직원인 이 씨는 화재 당시 지하 1층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검은 연기가 사무실을 덮치자 “불이 났다”고 크게 외친 뒤 사무실 동료를 먼저 대피시켰다. 이후 지하 2∼3층에서 빠져나가는 근로자들을 지상으로 유도한 뒤 본인은 가장 늦게 건물 밖으로 향했다.
영화 속 기장과 같이 영웅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마다 같은 형태 화재가 발생하는 건설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재 원인은 배관 용접ㆍ용단작업 시 발생하는 1천℃가 훨씬 넘는 고온의 불꽃이 단열재, 가연성 건자재 등 불에 잘 타는 재료에 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건설현장은 마감공정 등 동일 장소에서 여러 공정을 병행해 작업이 이뤄져 가연물 주변 화기작업으로 인한 화재 발생위험이 매우 높다.
이번 화재사고 원인 역시 ‘판박이 화재’였다. 가연성 건자재가 가득한 지하층에서 용접ㆍ용단작업을 하다가 비산불꽃이 옮겨붙어 발생한 사고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법규로 소화설비 비치, 화재감시자 배치 등 의무화가 강화돼 있으며, 공사 관계자, 근로자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상황은 녹록잖아 해마다 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말에 공감은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드는 메카 트렌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국민 안전의식, 안전문화가 생활과 산업 전반에 자리를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안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끊는 냄비와도 같이 당장 위험한 것, 눈에 보이는 것을 쫓다가 실제 잠재적 위험 원인(Root Cause)을 인지하지 못해서다.
시든 나무로 비유하자면 지금까지는 가지나 잎, 열매의 외형적인 문제점만 바라보고 대책을 마련해 나무를 살리려 해왔으나, 실제 뿌리에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생각해보질 않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2차 세계대전 시 비행기 동체 부분 날개와 꼬리 부분이 적군 총탄에 크게 손상을 입은 미군 전투기가 생환해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고자 했을 때 손상을 크게 입은 날개와 꼬리 부분이 아닌 조종석과 엔진을 보강해 전투에서 돌아올 수 있게 한 결과에 몰입해 실패사례를 간과해 생기는 왜곡현상(생존편향, Survivorship bias)을 없애자는 것이다.
위험 원인(Root Cause)은 개인적ㆍ제도ㆍ관리ㆍ환경ㆍ문화적 요인 등 사고 발생의 다각적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본인은 안전한 건설현장 만들기 아파트 프로젝트란 제목으로 지난해부터 매번 안전보건교육 시 Root Cause로 안전인식 전환을 꾀하고자 접목하고 있다. 안전 패러다임 전환은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현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인지하고 근로자에 대한 상호 이해 등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도 때론 필요하지만, 지금 시대는 ‘사람 중심 사회’ 건설현장에 왜 이렇게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할까? 발생하지 않으려면…. 이런 의문을 서로가 공감하면서 이해하고 또한 치유하고자 하는 자의(自意)를 가진다면 영화 속에 나타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원칙의 소중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안전에 대한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