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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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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1/16 09:55 수정 2018.01.16 09:55













 
↑↑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람이 개와 달리기를 했는데 사람이 지면 ‘개보다 못한 놈’, 사람이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 개와 같이 들어가면 ‘개 같은 놈’이라는 것이다. 견공(犬公)들이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개가 어때서…. 

2018년 올해는 무술년 황금 개띠 해다. 무술(戊戌)은 간지인데 간지란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즉 갑ㆍ을ㆍ병(甲ㆍ乙ㆍ丙)… 신ㆍ임ㆍ계(申ㆍ壬ㆍ癸)의 10간과 자ㆍ축ㆍ인(子ㆍ丑ㆍ寅)… 유ㆍ술ㆍ해(酉ㆍ戌ㆍ亥)의 12지를 이르는 말이다. 12지는 동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11번째인 술은 개를 나타내므로 개띠 해인 것은 알겠는데, 황금 개띠란 또 무엇일까. 


10간은 각 둘씩 다섯 방위와 그에 따른 색을 가진다. 이를테면 갑ㆍ을(甲ㆍ乙)은 동으로 청(靑), 병ㆍ정(丙ㆍ丁)은 남으로 적(赤), 무ㆍ기(戊ㆍ己)는 중앙으로 황(黃), 경ㆍ신(庚ㆍ辛)은 서로 백(白), 임ㆍ계(壬ㆍ癸)는 북으로 흑(黑)을 나타낸다. 한때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오방색인데, 이는 우리 민속에서 전통적인 상징체계이지 무속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래서 무술년이 누런 개, 듣기 좋게 황금 개띠 해가 되는 것이다.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개는 5부족 연맹체인 부여(기원전 2세기경~494년) 부족명의 하나로 다른 가축 이름과 함께 ‘구가(狗加)’로 나온다. ‘삼국유사’에는 유화부인이 낳은 알을 동부여 금와왕이 개와 돼지에게 줘도 먹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이미 개가 가축화됐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무용총과 각저총, 안악3호분 등 다수 고분벽화에서도 가축과 사냥개 그리고 진묘수(鎭墓獸) 등으로 그려져 있다. 

 
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한다. 태종 2년(1402), 사간원에서 왕에게 ‘매와 개를 좋아하며 아직도 성색을 즐기심을…’이라고 간(諫)했는데, 국사를 돌봐야 할 왕이 사냥을 좋아하며 여색을 탐한다는 내용이다. ‘동사강목’에서 안정복은 의견(義犬) 이야기 끝에 어떤 류의 사람들을 ‘개만도 못한 자’라고 평했다. 어느 시대에나 ‘개만도 못한 자’들은 있었나보다. 


‘동국세시기’에는 ‘개를 삶아… 먹고 나서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먹을 것이 귀하고 달리 보양식이 없던 시절 개고기는 우리 조상들에게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애견가 여러분께서는 화내지 마시라. 단지 우리 옛 기록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뿐이다.


인간에게 개는 충성과 의리의 상징이다. 주인을 구하고 불에 타 죽은 전북 임실의 오수개를 비롯한 의견(義犬) 설화와 개 동상, 개 무덤 등은 전국에 많이 있다. 우리 민속에서 개는 충직한 충복으로, 벽사의 상징으로, 저승길의 안내자로, 애완용으로, 거기에 식용으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흰 개는 제액초복(除厄招福) 능력이 있다고 해 사랑을 받았으며, 누렁이는 풍년과 다산의 상징으로 농가에서 많이 길렀다. 


그런데도 흔히 비천한 것을 말할 때 ‘개’ 자를 붙인다. 개소리, 개살구, 개꿈, 개수작, 개망신, 개망나니 등, 앞에 ‘개’가 붙으면 비속어가 된다. ‘사위자식 개자식’, ‘개 팔자 상팔자’, ‘…는 개도 안 물어간다’는 말도 있다. 추워도 밖에서 자야 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개에 대한 우리 의식 속에는 이중성이 있는 것이다. 


무술년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충성과 의리로 상징되는 개의 좋은 특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구현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해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술시(戌時) 방향인 중국에서 불어오는 오만한 바람도 잘 막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 하나, 2018년을 발음할 때에는 악센트에 주의해야 할 일이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견공(犬公) 나라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개가 인간과 달리기를 했는데 개가 지면 ‘인간보다 못한 놈’, 개가 이기면 ‘인간보다 더한 놈’, 인간과 같이 들어가면 ‘인간 같은 놈’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인간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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