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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줄의 노트] 간격
오피니언

[詩 한줄의 노트] 간격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1/23 09:43 수정 2018.01.23 09:43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ㅣ시 감상



가까운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서 우리는 쉽게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 적당한 간격이란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하는 말일까 불타 버린 숲을 보고 나서야 나무와 나무 사이에 간격을 알게 되고 그 간격이 곧 우리들 삶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한 편의 시다. 혹자는 자신이 쓴 시에서 ‘너무 가까워 덜컹거리는 삶에 부딪힐까 두렵고 너무 멀어 네 모습 놓칠까 두렵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숲을 이루고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에서처럼 불에 타버린 숲을 보고서야 적당한 거리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된 표현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또한 너무 친해서 쉽게 뱉어내는 말로 상처를 주고 부딪치고 실망을 준다는 것을 안다.


어둠에서도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오듯 빽빽하게 이뤄진 숲에서는 공간 여유가 없어 나무가 주는 그늘을 찾을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편안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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