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어둠에서도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오듯 빽빽하게 이뤄진 숲에서는 공간 여유가 없어 나무가 주는 그늘을 찾을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편안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