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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여울
오피니언

[초대 詩] 여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1/30 09:45 수정 2018.01.30 09:45













 
↑↑ 이호형
시인
삽량문학회 회장
ⓒ 양산시민신문 
중년에 찾아온
우연(遇然)이란 인연으로
오늘밤은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따스한 가슴을
느낄 수 있고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어색하지 않도록
헤즐러 커피향기 가득담은
머그잔을 앞에 놓고 분위기를 시작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오봉산 자락에서부터
도도히 흘러와
세월의 큰 바위에 부딪치는
세찬 여울을 만난 것처럼
삶에 지쳐있는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가끔은 나를 버려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을 턱 고인 채로 바라보는
보라색 물보라의
머금은 미소에
언제나 반가운 마음으로
들뜬 가슴열어 놓고
그리움이기보다는
기다림에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수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또 한번의 고백을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을 준비 했나봅니다.
짧고 서툴러도 완벽하지 못해도
마음은 아직도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담고 또 담아도 넘쳐흐릅니다.
밤의 고요를 깨울까봐
숨죽여 오열하듯
신기루 같은 잔상들이
넋두리로 주접을 떨다가
내 삶 어디에도 없었다고
애써 변명하면서
살며시 두 눈을 감아버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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