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보니 어린이집 설치 계획이 전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 후 어린이집 운영자와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절반 이상 입주를 완료해야 구성할 수 있어 언제 어린이집이 개원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 후에도 지금 다니고 있는 40분 거리 어린이집에 그대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 자녀를 둔 입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입주와 동시에 자녀를 아파트 내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지만, 현실 적용이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입주 후부터 최소 6개월까지는 여러 가지 절차 때문에 어린이집 개원을 하지 못해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등 입주민 불편이 크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해 입주와 동시에 자녀를 아파트 내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어린이집 운영자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선정하도록 했다. 때문에 아파트 입주 후 관리규약 제정,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과 내부시설 공사에 몇 개월씩 소요됐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부모는 아파트 어린이집이 개원하기 전까지 잠시 보낼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무엇보다 어린 자녀는 어린이집을 옮길 때마다 적응 기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부모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주 초기부터 어린이집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주체인 아파트 건설사가 입주 3개월 전에 어린이집 운영자와 임차인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단, 입주 예정자 동의를 받아 관리규약을 만들고, 규약 절차에 따라 아파트 홈페이지에 공지해야 하며, 지자체장 허가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입주자대표회의 대신 건설사가 미리 어린이집 설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입주 예정돼 있는 모든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의무조항이 아니다 보니 실제 입주 전 어린이집 개원 준비를 한 양산지역 아파트 건설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양산시에 따르면 2017년 말과 올해 초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된 양산지역 아파트 6곳이 있지만 단 한 곳도 어린이집 조기 설치 계획을 세운 곳은 없다.
양산시 공동주택과는 “임의 규정인 데다가 입주자 과반 동의와 관리규약 제정, 보육료 임대료 발생에 따른 관리 등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아 건설사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물금신도시에 유례없는 보육대란이 일어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부족 현상이 지역사회 큰 문제로 대두된 만큼, 지자체가 적극 나서 바뀐 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도록 권고ㆍ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차예경 양산시의원(민주, 비례)은 “개정법을 적극 활용했다면 신도시지역 어린이집 조기 개원을 유도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양산시가 보육대란을 키운 꼴”이라며 “2019년 입주 예정인 3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모두 7곳으로, 지금이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현황과 수요조사를 통해 어린이집 조기 개원 필요 여부를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건설사 행정절차 부담과 여타 관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집 조기 설치 지원 조례 제정으로 심의위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어린이집 운영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