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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방을 지킨다)..
오피니언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방을 지킨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1/30 09:56 수정 2018.01.30 09:56
내가 나를 고용하는 청년창업
스스로에게 갑질 못 하는,
열정페이 주는 사장
독방에 스스로 들어가는 셈

실패할 가능성 크지만
그 속에서 희망 봐야

지역의 세심한 관심 필요한 이유
청년상인 정열과 패기 응원
땀과 눈물이 소중하기에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양산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침체한 지역경기(전통시장)를 살리고 청년들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상인 창업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는 한편으로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과 이 사업을 잘될 수 있게 양산시가 서포트를 잘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왜냐하면, 만 19세~39세 청년상인에게 점포인테리어비용, 1년 임차료 지원, 창업교육,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괜찮은 사업임에도, 창업지역이 남부시장 2층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답사차 지난해 가을에 양산에 26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남부시장 2층을 올라가 봤다. 많은 점포가 있었고, 빈 점포가 아주 많았다. 기존 영업점은 주로 옷 맞춤, 수선이거나 간단한 분식집이 많았다. 이곳에서 청년상인들은 정말 쉽지 않은 창업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이 글 독자 중에 청년들에게 창업기회를 주려고 나라에서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혜택 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남부시장 2층이라는 규정된 곳이라면, 어쩌면 청년상인들에게는 기회보다는 고난을 안겨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자영업자 중 고용원 없이 업을 하는 수가 413만명이라고 한다.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을 넘으니 약 70%가 고용 없이 운영하는 것이다.


청년상인 중 아마 혼자 운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필자는 이를 마치 “독방에 스스로 들어간 것과 같다”고 표현하고자 한다. 좋은 의미로, 자기 건물에, 혹은 취미 삼아 경험 삼아 운영하는 가게라면, 쉬고 싶을 때 쉬거나, 문을 닫으면 되겠지만 하루하루를 의지한 채 살아가는 창업자라면, 가게 문을 한 달 동안 며칠이나 닫을 수 있을까, 임차료를 지원받는다 할지라도 사정상 문을 닫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소소봄을 예로 들자면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더라도 잠자는 시간 말고, 하루종일 가게에서 나갈 수 없다. 슬프게 말하면, 연애도, 가정도, 예비군도, 병원도, 식사도, 동창회도, 친구도, 결혼식도, 장례식도, 여름휴가도, 그 어떤 것도 잘 할 수 없다. 단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렇게 나는, 독방에서 한 발짝 나갈 수 없는 이가 돼 버린다. 그리고 ‘나를 고용한 사람은 나’가 된다.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 좋은 의미로 간섭이 없는 거지만,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인 카페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까? 윗글처럼 하루 12시간 노동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8시간은 최저시급로 나머지 4시간은 추가근무 시간 그리고 식대비와 교통비, 연휴수당을 계산하면 하루 약 13만원 정도 된다. 이를 한 달하면 400만원이 된다. 



과연 한 달에 이렇게 버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될까? 한 달에 100만원을 못 버는 이가 100만명 넘는다고 한다. 나를 고용해 놓고, 고되게 일을 시켜놓고는 열정페이를 나에게 주는 내가 된다. 나는 나에게 가장 갑질하는 못된 사장이 돼버린다.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1인 자영업자는 꿈을 꾼다. 장사가 되면 직원을 구해서 조금 쉬어야지, 더 잘되면, 직원을 더 구해서 영업해야지, 더 잘되면 다른 것 알아봐야지. 하지만 현실은 매출이 오른다 싶으면 옆집에도 카페가 딱. 오른다 싶으면 앞집에도 딱. 떨어진다 싶으면 뒷집에도 딱. 겨우 한 명의 종업원을 구하면, 원래 하던 일에 추가로 종업원 관리를 해야 한다.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만두고 싶지만, 초기비용에서 10% 회수면, 결국 얻은 것보다 잃을 게 많아 겁이 나게 된다. 가게가 이렇게 많이 생길 줄, 몇천의 창업비용이 몇억이 될 줄, 소비가 낮아지고 금리가 올라갈 줄, 자영업자 70%가 5년 안에 반듯이 망한다. 그래서 1인 자영업자는 늘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래도 청년상인에게 제공되는 남부시장 2층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가 7년 동안 얻은 창업 성공의 시작은 미시적으로, 첫째 자기 건물일 것, 둘째 배수진을 칠 것, 셋째 그 동네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할 것, 그래서 넷째 독점해야 한다. 이를 제외하고는 스무 집 중 한 집은 개성 있고, 맛있고, 서비스 좋아서 잘 되며, 그 한 집으로 인해 수많은 1인 자영업자가 생겨버리니, 누구의 잘못도 물을 수 없게 된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양산의 청년들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창업을 하고자 한다. 그것도 남부시장 2층에서 말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희망을 봐야 한다. 잘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지역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부시장분들이 청년상인을 뜨겁게 맞이해야 한다. 새로운 청년들 유입으로 전통시장이 보다 젊어져야 한다. 



그다음으로 청년상인들 품목별로 지역의 멘토를 찾아줘야 한다. 지역을 알아야 판매구상을 할 수 있다. 끝으로 청년상인팀이 하나의 조직으로 서로 교류하며 신뢰를 쌓고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현실이라면 힘을 모아야 함께 풀어나갈 수 있고, 훨씬 덜 외로울 것이다. 


필자는 청년상인을 응원한다. 지역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미래 청년의 희망을 볼 수 있다. 냉철한 시장경제 중심에서 때로는 자본주의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겠지만, 그들만의 지혜와 창의적인 개성으로 풀어나가기를 더욱 응원한다. 어쩌면 보다 먼저 시작한 선배 입장에서 청년상인들의 용기에 깊은 박수를 보낸다. 젊기에 할 수 있다. 그것이 정열이며 곧 패기다. 그들의 땀과 눈물 웃음이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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