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산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니 내 실력이나 능력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주변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지역사회에 보답해야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이 3년 동안 받았던 장학금을 모아 후배들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학교에 기탁한 학생이 있어 화제다. 바로 양산고등학교 졸업생 정문영(18) 군 이야기다.
정 군은 졸업식이 있던 지난 8일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장학금 300만원을 모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모교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학생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의 장학금을 기탁한 계기에 대해 정 군은 “장학금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으니 지역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정 군은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 양산사랑장학생이었다.
양산사랑장학생은 성적 상위 3% 이내인 중학생이 양산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학교장 추천을 통해 장학생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는다. 이는 학업 우수학생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사업으로 장학재단에서 2008년도부터 꾸준히 시행해 왔다. 정 군 역시 중학교 때부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온 터라 양산사랑장학생으로 3년 동안 꾸준히 장학금 혜택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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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사랑장학생이 처음에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매 학기마다 장학금이 지원되는 데다, ‘양산사랑장학생’이라는 이름이 주는 자부심이 상당히 컸어요.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학습 동기 부여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교내 장학후원회를 통한 지원 등 우리 지역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장학 혜택을 받았다. 이에 보답하듯 정 군은 현재 우수한 성적으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곧 양산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다고.
“성공을 해서 혹은 큰 자산가가 돼서 소위 말하는 ‘금의환향’해 고향을 위해 봉사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어려서부터 타인이나 이웃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커서도 봉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말씀을 부모님께서 늘 하셨거든요. 그래서 어린 나이지만 내 상황과 처지에 맞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작게라도 시작하면 그것이 봉사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정 군의 봉사 마인드는 학창 시절부터 남달랐다. ‘유니셀프(You&I Self)’라는 봉사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양산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무엇보다 헌혈 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양산고에서 진행한 ‘혈혈단심(血血丹心) 프로젝트’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헌혈이 끝난 후 헌혈증서를 모아 혈액암을 앓고 있는 학교 관계자에게 기증하는 뜻깊은 활동에 양산고 학생들을 모두 동참시킨 셈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번 일이 선례가 돼서 후배들 역시도 제2, 제3의 기탁자가 돼 줬으면 해요. 결코 금액에 구애받지 말고 부끄럽다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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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영 군이 졸업식이 있던 지난 8일 예양수 양산고 교장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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