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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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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질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ㅣ시 감상
오랜 기간 만나지 않아도 어제 본 것처럼 반가운, 많은 말을 하고도 돌아서서 또 할 말이 있는 가까운 벗으로 인해 우리는 큰 행복을 차지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복의 세 가지 조건에는 우정을 반드시 포함시켰고 누구나 친구들 부류에는 몇 가지가 있다.
감성으로, 지성으로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듯 정반대의 성격으로 만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 마음이 비어 있을 때, 그리고 지쳐있을 때 함께 위로하고 다독이는 벗이 있다면, 그 벗으로 인해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면 그는 충분히 좋은 벗을 둔 것이다.
역사 속 세속오계 중 하나인 ‘교우이신’ 즉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는 것처럼 그 믿음을 깨트리지 않는 벗으로 기쁨과 슬픔을 내 일처럼 여기면서 동행한다면 진정한 행복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한다. 곰곰 생각해 본다. 과연 내게는 그런 벗이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