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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그리고 ‘위드유’ ..
오피니언

‘미투’ 그리고 ‘위드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3/13 09:29 수정 2018.03.13 09:29
하찮게 취급받던 성(性)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는 변화의 시기
용기 있는 피해자의 아픈 고백
미투 시대에 ‘위드유’가 화답
미투를 지지하고 함께하겠습니다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두세 사람만 모여도 ‘미투’(me too)운동을 이야기한다. 대학 동기모임에 참석한 친구인 교수에게 안부를 묻는다. 요새 좌불안석으로 살고 있지 않냐고? 농담처럼 시작된 안부인사가 최근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논쟁으로 번진다. 특히, 대권 주자로 잘나갔던 정치인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을 두고 ‘음모론이 개입됐다’, ‘남녀 간 사랑이 있었다’,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모임에 참석했던 친구 하나가 “아마 소위 운동권이었던 그 시기를 살아왔던 우리 세대들이 성(性)을 하찮은 문제로 넘겨왔던 인식의 역사가 쌓여온 게 아닐까? 성폭력이었는데 사랑이라고 미화하고 선배의 권위와 운동의 대의가 더 중요했던 폭력 시대의 상징이 아닐까” 자조 섞인 상황분석을 한다.


정세분석과 투쟁 방침을 말할 때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한 번의 억압적 성관계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무지했던 시대. 남성 중심적인 조직에는 담론에도 위계가 형성돼 있었다. 그 위계의 정점에는 정세분석이나 선거 결과 분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다음 층에는 환경문제가,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는 여성의 몸과 관련된 성지식체계가 놓여있었다. -조주은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에서 인용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우리들이 ‘미투’를 통해 담론을 바꾸는, 1순위 아젠다가 아니어서 늘 하찮게 취급받던 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수면 위에 중요 아젠다로 떠오르는 시대적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담론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혁의 시기. 촛불이 가져다준 성숙한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꿔 가고 있는 중이다. 그 발화점은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아픈 고백이었다. 그리고 방관자들 참회의 연대로 이어지는 물결이 파도가 돼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가해자는 죗값을 제대로 치러야 한다. 방관자와 가해자에게 속죄란 살면서 저지르게 되는 실수와 악행에 대해서 잊거나 묻어 버리고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이동진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에서 인용


그리고 우리 모두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소금 뿌리는 일들이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위대한 ‘미투’ 담론의 시대에 무임승차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승차권은 ‘위드유’ 화답이 아닐까?

나의 위드유 (WithYou) 


나는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술버릇 손버릇 나쁜 어른들과 술 마시다가 겪은 후배들의 성희롱을 똥 밟았다 생각하라고 이야기하고 큰소리로 함께 싸우지 못한 과거를 반성합니다. 회식 2차 노래방, 분위기 맞춘다고 원하지도 않는 블루스 추는 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민감하게 알아차리지 못한 점도 반성합니다. 몇 살이냐, 애인은 있냐, 당연한 듯이 묻는 말에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해주지 못한 점도 반성합니다. 조직에서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혹시라도 알려질까 황급히 수습하는 일에만 급급했던 나를 반성합니다.

Y의 위드유 (WithYou) 


YMCA는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최근 한국YMCA전국연맹은 그간 미뤄왔던 젠더정의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성고충위원회를 통해 YMCA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성폭행 관련해 적극적인 개입을 하며 보다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는 실무지도력을 대상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YMC A 조직의 일상과 문화 속에 젠더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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