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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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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며 더 배울 수 있는 재능기부 봉사 활동에 만족 ”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8/03/13 09:34 수정 2018.03.13 09:34
양형석 전 대운초등학교 교장

웅상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사용법 알려주는 봉사
“손주들과 스마트폰으로 소통해요”

퇴직 교사 출신 봉사 활동 활발
“봉사, 가르치며 배우는 교육 닮아”

서창동에 사는 김봉수(가명, 75) 어르신은 최근에 비로소 IT(정보통신)의 편리함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주고받았던 김 어르신이 이제는 손주와 영상통화도 한다. 김 어르신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유튜브도 보면서 외로울 틈이 없다고 웃었다.


김 어르신이 이렇게 IT 세계에 몰입하데 된 건 웅상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폰 활용교육을 하는 양형석(65) 전 대운초 교장 덕분이다. 양 전 교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김 어르신처럼 스마트폰 인터넷조차 켤 줄 모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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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은 젊은이뿐 아니라 65세 이상 노년층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죠. 그러나 상대적으로 어르신들은 전화와 메시지 등 휴대폰 고유의 기본 기능만 사용할 뿐 활용도가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문자가 와도 그걸 열어볼 줄 몰라 답답한 생활을 하는 어르신도 태반입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물어봐도 그때 뿐, 똑같은 걸 매번 물어보면 서로 감정만 상하죠. 하하. 그래서 어르신들 눈높이에서 1:1 맞춤식 교육을 하기로 결심했죠”


정확히 41년. 양 전 교장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세월이다. 1974년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지난 2003년 소토초 교감으로 양산지역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양주초 교감, 서창초 교장을 거쳐 2016년 대운초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양산교육계에서만 14년의 세월을 고집스럽게 보낸 셈이다.


양 전 교장은 퇴임 후 그동안 소원했던 지인과 만남을 가지고 미뤘던 여행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웠던 40여년의 시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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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양 전 교장이 IT 기기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 웅상노인복지관에 재능기부 봉사자로 추천하면서 스마트폰 활용 전문강사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어르신들 관심이 많지 않았다. 스마트폰 영업을 하는 줄 알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어르신도 있었을 정도. 하지만 양 전 교장 특유의 친화력과 빠짐없이 성실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어르신들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양 전 교장을 찾는 어르신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원봉사일이 한 달에 2번에서 4번으로 늘어났다.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한 번 시작하면 1~2시간씩 앉아서 묻는 통에 요즘은 오후 3~4시까지 꼬박 하루를 복지관에서 보내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양 전 교장은 휴대폰 전화번호 관리, 문자 보내고 받기 등 기본적인 활용방법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가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고 사용하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서로를 촬영하고, 찍은 사진을 직접 편집하고, 그것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어르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카톡 메시지 보내기, 네이버 지도 검색, 스마트폰 음악 파일 관리법 등 어르신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로, 어르신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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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200명이 넘는 사회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교육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알았죠. 스마트폰은 개인별 수준이 확연히 달라서 일방적인 강의 형식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요. 전화벨소리를 바꾸고 음량 조절과 화면밝기 조절 등 기초적인 불편을 해결하고 싶은 어르신이 있는 반면, 블루투스를 활용해 상대방 핸드폰에 다운로드된 음악을 전송받는 방법을 묻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로 정보와 지식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고 자세하고 끈기 있게 반복해서 알려주는 방법을 선택했죠”


한편, 웅상노인복지관은 양 전 교장과 같은 퇴직 교육공무원들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이 활발하다. 많은 퇴직 교사들이 평생학습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글교실 강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공연활동, 어린이집 교육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풀꽃향기라는 이름의 하모니카 동아리 역시도 퇴직 교사 출신들이 이끌고 있다.


“평생을 가르치면서 더 배울 수 있는 교사로 살아왔죠. 재능기부는 잘 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교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함께 공감하며 생활하는 복지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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