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5월 서창동에 위치한 대운초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1학년 새내기 초등학생이 등굣길 교문 앞에서 승용차에 치인 것이다.
다행히 다리 골절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가장 안전해야 하는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인 데다, 등굣길 많은 아이들이 외상이 심각했던 사고현장을 직접 목격해 충격이 컸다. 그날 대운초는 울음바다가 됐고, 일부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로 등교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사고로부터 2년 10개월여가 지난 현재 대운초 스쿨존은 ‘차 없는 거리’가 됐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대운초 교문 앞 60m 구간은 등ㆍ하굣길 차량 진입을 할 수 없다. 평일 오전 8시~9시, 오후 1시~3시 등 하루 3시간이다. 양산 최초이자 경남 최초다.
경남 최초로 스쿨존 ‘차 없는 거리’ 지정
충격적인 사고 이후 대운초는 녹색어머니회를 중심으로 학부모, 학생, 교사가 모두 합심해 스쿨존을 지키기에 나섰다.
대운초 교문은 내리막길로 운전자가 잠시 방심하면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지형이다. 때문에 교문을 중심으로 사방에 과속방지턱 3개와 방범용 CCTV를 설치했지만, 1천300여명의 학생 안전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차량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학부모, 학생, 교사 등으로 구성한 교통지킴이단이 매일 등ㆍ하굣길을 지켰다. 현수막으로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차량진입 자체를 금지했다. 사실상 불법이었고 인근 주민과 일부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등굣길 고성이 오가는 다툼도 잦았다. 오로지 우리 아이들 안전을 위한 일이지만,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법적 테두리 속에서 정당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이 ‘차 없는 통학로 조성’ 사업이다. ⓒ 양산시민신문
“아이들 안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스쿨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두 배다. 나날이 급증하는 등ㆍ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은 엄격해지고 있지만, 운전자 교통안전의식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스쿨존 내 교통단속카메라가 거의 없는 양산지역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현재 양산지역 스쿨존 지정구역은 초등학교 38곳, 유치원 24곳, 어린이집 21곳으로 모두 83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과속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는 웅상초 한 곳뿐이며, 불법 주ㆍ정차 단속 카메라도 신주초ㆍ오봉초ㆍ증산초ㆍ동산초ㆍ신기초ㆍ서창초ㆍ덕계초ㆍ삽량초ㆍ동원유치원 등 9곳이 전부다.
이에 ‘차 없는 통학로 조성’ 사업은 위험천만한 등ㆍ하굣길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차량과 아이들을 원천적으로 분리하자는 판단으로 만들어진 대책이다.
이 사업은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를 법적 근거로 두고 있다.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차마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차 없는 거리가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대중교통이 다니는 도로가 아니어야 하고, 통학로 1km 반경 내 우회도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찬성률이 50% 이상으로, 주민 합의가 필요하다. 이 조건을 갖춰야 양산시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찰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할 수 있다.
정경화 양산녹색어머니연합회장은 “스쿨존 관리ㆍ단속과 시설물 보강만으로 완벽한 안전지대를 만들기에는 시간적ㆍ경제적 한계가 있어 타 지자체 사례 등을 검토ㆍ분석해 양산지역 현실에 맞게 사업을 도입했다”며 “대운초뿐 아니라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는 통학로를 우선순위로 점차 확대할 계획으로, 4월 17일 대운초에서 ‘차 없는 통학로 조성’ 선포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