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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통사고 꾀병 잡아내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
생활

교통사고 꾀병 잡아내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8/04/10 09:58 수정 2018.04.10 09:58
교통사고 3차원 시뮬레이션 재현
네덜란드 개발 2008년 국내 도입
보험사기, 과잉진료 관행에 제동

의뢰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발생
“국과수 차원의 제도 보안 필요”

“양산경찰서에 마디모 의뢰 맡기겠다고 했더니 아프다던 말을 쏙 접더군요”


임아무개(39, 덕계동) 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재현해 상해를 판별해 주는 프로그램인 마디모 덕을 톡톡히 봤다. 신호대기를 하던 중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져 앞으로 조금 밀리면서 앞 차량을 가볍게 부딪쳤다. 상대방 운전자는 기다렸다는 듯 불편한 기색으로 내리더니 사과는 듣지도 않고 병원부터 가겠다고 했다. 양쪽 차 모두 범퍼에는 부딪친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마디모 이야기를 꺼내자 그냥 대물만 보험 처리해 달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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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개발한 마디모(MADY MO:Mathematical dynamic models)는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 탑승객과 보행인의 상황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해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도입했다. 도입 초반에는 사망사고 등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 분석에 주로 쓰이다 2012년부터 국과수가 경미한 사고 감정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사고에 대한 과도한 보험금을 요구하는 폐단을 해결하자는 취지다.

❚ 마디모, 나이롱 환자에 제동

현행법상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해 여부는 의사 소견을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상해가 의심되면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엑스레이 등을 찍는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도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병원에서 통증을 호소하면 이상 소견이 없어도 2주 정도 진단서는 발급된다. 마디모는 이처럼 가벼운 사고를 당한 뒤 무조건 드러눕는 보험사기나 과잉진료를 받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주고 있다.


마디모 신청 주체는 보험사가 아니라 사고 당사자다. 담당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사고 사실을 알린 뒤, 마디모 검증을 요청하면 된다. 별도 비용은 들지 않는다. 이때 경찰은 사고 관련자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등 사고 경위와 상해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한다.


통상 의뢰에서 결과 도출까지는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2~3개월가량 소요된다. 기본적인 서류 검토부터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한 3차원 영상 재연까지, 아무리 작은 사건일지라도 최소 일주일 정도는 걸린다.

❚ 차량 움직임 데이터 등 입력

마디모가 교통사고를 규명하는 과정은 이렇다.


마디모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피시-크래시(PC-crash)라는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한다. 이를 통해 얻은 차량 움직임 데이터와 차량의 중량, 운전자의 키와 체중, 충돌 속도와 각도, 충돌 부위, 의자의 등받이 각도, 도로 마찰 계수 등 수십 가지 데이터를 마디모에 입력하면 차량에 가해진 내ㆍ외부 충격에 따른 탑승자의 움직임과 충격량이 산출된다.


탑승자나 보행자에게 얼마나 큰 힘의 충격이 가해졌고, 어떤 2차 피해가 생겼는지 등을 구체적인 수치와 3D 화면으로 보여 준다. 사고로 인한 충격이 있을 경우, 탑승자의 목이나 허리 등 신체부위별 상해 값을 뽑아내 기준값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별하는 식이다.

❚ 선의의 피해자 양산 지적도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마디모 의뢰가 늘어나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똑같은 사고라도 피해자의 나이, 신체 특징, 건강상태 등에 따라 부상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마디모는 기계적으로 부상 정도를 결론 내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교통사고를 내도 치료비를 물지 않는 방법으로 일단 마디모를 신청하라고 소개하기도 하는 등 악용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마디모가 내놓은 분석 결과를 사고 피해자가 인정하지 못해 분쟁조정심의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양산경찰서는 “이로 인해 정말 몸이 아픈 피해자가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 취급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치료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경찰서에 신청하면 마디모 의뢰에 앞서 당직 경찰관과 상담을 통해 사고 경위를 먼저 파악한 후 의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마디모 프로그램이 도입 취지에 맞게 활용되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교통사고=돈’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문의나 마디모 신청은 양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392-035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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