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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마스크 행렬, 체육관 운동회… 미세먼지가 바꾼 교육현장 풍..
사회

마스크 행렬, 체육관 운동회… 미세먼지가 바꾼 교육현장 풍경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8/05/01 09:39 수정 2018.05.01 09:39
양산, 4월 주의보 발령만 3차례
황사ㆍ꽃가루 겹쳐 공기 질 악화
유치원ㆍ돌 선물로 마스크 인기
미세먼지 나쁨 수준 결석 허용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소풍 등
대부분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

#장면 1. 세 살배기 딸 아이를 둔 학부모 김아무개(덕계, 37) 씨는 지난주 생일을 맞은 아이의 어린이집 답례품으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일일이 포장해 보냈다.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 공포에 아이를 둔 가정에 일회용 방진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얼마 전 지인 돌잔치에 참석해 하객 선물로 미세먼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 세트를 받으면서, 이 같은 선물이 매우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다.

#장면 2.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 양산지역 한 초등학교는 부산지역으로 갈 예정이었던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다. 아침 일찍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 후 내린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문자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목감기 환자도 부쩍 늘면서 5월 예정돼 있는 운동회와 소풍 등 일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봄 들어 더욱 극성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아이 관련 행사 답례품 유행이 바뀌고 소풍, 체육대회, 현장체험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야외활동을 아침에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일상이 돼 버렸다. 황사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생활필수품이 됐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공기청정기를 흔히 볼 수 있다.


양산시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양산지역에 미세먼지(PM-10) 주의보는 세 차례, 경보는 한 차례 발령됐다. 6일, 15일, 16일로 15일은 주의보에서 경보로 바뀌었다. 주의보는 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150㎍/㎥ 이상, 경보는 300㎍/㎥ 이상이 2시간 이상 계속될 때 발령된다.


여기에 봄마다 찾아오는 중국발 황사의 습격과 각종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겹치면서 교육현장 풍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
















↑↑ 올 봄 들어 황사와 꽃가루까지 겹치면서 미세먼지가 더욱 악화돼 아이를 둔 학부모 걱정이 늘고 있다. 황사마스크를 착용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아침 유치원 등원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우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침마다 미세먼지를 살핀다. 미세먼지 농도 체크가 학부모의 아침을 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등원할 때 황사마스크는 필수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줄을 서서 통학차량에 오르내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아예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도 적잖다. 무상보육으로 인해 원아의 월 교육일수가 15일 이상이어야 학비가 지원되는 데, 만약 15일 미만일 경우 개인 부담을 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면 등원하지 않더라도 결석처리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ㆍ고등학교 풍경도 달라졌다. 초등학교는 소풍을, 중ㆍ고등학교는 현장체험학습을 각각 실내에서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는 1년간 학사 일정을 전년도에 미리 수립하기 때문에 장소 등을 섭외ㆍ계약해 놓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라도 발령되면 야외 활동이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실제 양산교육지원청은 이 같은 내용의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각 학교에 발송했다.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체육활동, 현장학습, 운동회 등을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경보일 경우 수업시간 조정, 등ㆍ하교 시간 조정, 임시휴업 검토 등 학사일정을 고려해 학교장이 탄력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한 영ㆍ유아와 학생을 위해 미세먼지 대응 생활수칙과 학사일정 조정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시방편적 대응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학교와 학부모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 학부모는 “대기질 정보 시스템 ‘에어코리아’를 살펴보니 양산지역은 미세먼지 측정기가 북부동과 삼호동 두 곳밖에 없는 데다, 삼호동은 초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없는 측정기라고 알고 있다”며 “미세먼지 측정값이 구체적이지 않기에, 양산지역 실정을 반영한 원인 분석이나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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