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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이 체험수학을 축제로 만들어 대성공을 이루면서 경남 수학교육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경남 최초로 양산수학체험센터까지 들어섰다. 진로교육지원센터 역시 진로체험과 직업 체험장 발굴을 통해 학교와 연계한다는 취지로, 경남 최초로 양산시진로교육지원센터를 개관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기대와는 사뭇 다른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강의실과 작은 사무실이 고작이다. 수학체험센터 체험공간 2교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일반 교실과 다름없다.
바통을 이어받아 개관한 김해ㆍ진주수학체험센터, 창원 수학문화관, 김해ㆍ창원진로교육지원센터와 비교해 봤을 때 괜히 ‘최초’로 개관했나 싶을 정도로 협소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다. 경남도교육청에 괜히 서운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산은 경남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이 없다. 경남에서는 유일하다. 현재 교육청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양산도서관은 굳이 소유기관을 따지자면 양산시다. 양산시가 이제 더는 위탁 운영을 하지 않겠다며 방을 빼라고 채근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신설이 양산교육계 숙원이다.
하지만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등에 발목 잡혀 자체 수입이 없는 경남교육청 입장에서는 건립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추진에 부담을 가져왔다. 다행히 지난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양산 공공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부지도 확정했다. 물금워터파크 맞은 편, 강서중학교 부지다. 공립단설유치원인 (가칭)강서유치원과 나란히 신축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반경 1km 이내 초ㆍ중ㆍ고교 13곳이 있고, 도보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이 15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적의 입지 조건임을 자신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추진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일이 생겼다. 또 규모다. 아니 정확히 예산이다. 100억원. 무조건 100억원에 맞춰 공공도서관을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청이 100억원 이상 사업을 추진할 때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가 도서관 설립 승인에 보수적 입장을 취해 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 때문에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예산 범위를 100억원으로 한정한 것이다. 더욱이 2020년이 양산도서관 위탁 운영 만료기간으로 공공도서관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이 교육청 설명이다.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초등학교 신설에도 난색을 보였던 교육부가 점차 지자체로 이관되고 있는 지역도서관 사업에 예산을 선뜻 줄 리 만무하다. 무작정 중앙투자심사위에 올렸다가 승인 불가 판정을 받으면 공공도서관 설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둘러도 2020년 개관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하더라도 2021년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양산도서관 위탁 운영 만료 기간인 2020년 4월은 이미 지키지 못할 약속이 돼 버린 셈이다.
무엇보다 100억원 예산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양산도서관 1.5배 규모의 도서관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도시 금싸라기 땅인 데다, (학교용지 용도변경으로)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부지 매입비도 반납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예산이 꽤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100억원 예산에 맞춘 규모로 어떻게 학교 13곳과 연계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15만명 시민이 즐겨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시간을 좀 더 갖자. 교육부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양산도서관 위탁 운영 기간 연장을 위해 양산시와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제2의 수학체험센터, 진로교육지원센터처럼 만들다 만 것 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도서관을 기대해 본다.
지난달 창원에 개관한 ‘지혜의 바다’ 공공도서관이 오버랩 된다. 부러우면 진다고 하던데,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양산시민으로써 교육청에 이제 그만 서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