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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영 물금동아중학교 교감 | ||
ⓒ 양산시민신문 |
벌써 4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고교평준화 얘기가 나오면 갑론을박이 이뤄진다. 찬성 쪽과 반대 쪽 토론이 일어나지만, 결론은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세월이 꽤 흘렀지만, 평준화를 시작한 대도시나 중ㆍ소도시에서 평준화 때문에 학력이 낮아졌다든지 아니면 그 학교가 일류에서 이류, 삼류도 내려갔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의 모교는 부산에서 평준화가 되기 전에는 종합고교(인문계, 전문계)로서 삼류쯤 되는 학교였다. 그러나 고교평준화가 되면서 지금은 아마도 전국 어디에 내놔도 일류학교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 각지에서 다양한 업무와 훌륭한 일도 많이 하지만, 현재 장관과 국회의원, 지방의 수장도 배출해 모교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처럼 고교평준화의 사회적 강점은 학벌주의 약화로 평등사회를 이룰 기회를 골고루 부여해 주는 것이다.
물론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 생각은 충분히 이해된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 관계없이 순전히 우연적 요소인 추첨에 의해 학교를 배정받는다고 생각하거나 학교 간 경쟁이 약화돼 하향평준화가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 생각은 또 다르다. 고교평준화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오직 성적만으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오히려 풀어서, 모든 학생이 스스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제도다. 또한 교문 앞에서 멈춰버린 평등교육을 저해하는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학생들에게 전인적 교육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또래 아이들이 오직 성적에 의해 갈 수 있는 학교와 갈 수 없는 학교로 구분이 된다면 고등학교 1학년 시작부터 학교생활에 좌절감이나 열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가 이뤄지면 학생들의 과열된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고, 명문중, 명문고가 있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어 팽창하거나 소멸되는 지역의 균형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격언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했듯이, 우리나라 교육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혼자만 빨리 가려고 하는 것보다 고교평준화를 통해 함께 멀리 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