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1시 반께 양산신도시지역 한 초등학교 정문. 방과 후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학교 앞 도로변에 2~3중으로 주차된 학원차량으로 몰려들었다. 차와 차 사이를 뛰어다니며 자신이 타야 하는 학원차량 찾아 서둘러 탑승한다. 하지만 탑승을 돕는 성인 동승자는 찾아보기 힘든 데다, 운전자조차 내리지 않는 학원차량도 있었다.
신체는 물론 정신이 미약한 어린이는 늘 보호자 관심이 필요하다. 관심이 미치지 않는 순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 통학차량에서 한순간 방심 또는 안일한 안전의식으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세림이법’은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어린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키우기 위해 발효됐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3세 김세림 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인솔교사 탑승 등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의무를 대폭 강화해 개정한 도로교통법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특수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등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모든 통학차량에 적용된다. 2015년 1월 29일부터 시행했지만,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운영하는 소규모 학원은 2년 유예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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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해 1월 29일, 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인솔교사 탑승이 의무화되자 양산지역 학원들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영세학원은 동승 인솔교사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원 운영자는 “양산지역 500여개 학원 가운데 70~80%가 원장이 직접 차량을 운행할 정도로 원생 감소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데, 새로 인력을 고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시행 1년이 지난 현재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다. 학부모는 범칙금이 적은 데다 단속조차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불안해하는 반면, 학원은 인건비 부담으로 영세학원 적용은 여전히 무리라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아무개(38) 씨는 “지난해는 성인이 아닌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언니가 함께 탑승해 인솔을 돕는 흉내는 내더니 올해는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며 “범칙금이 13만원 남짓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행 1년 만에 이런 상황인데,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세림이법은 아예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림이법 위반으로 단속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어린이 통학차량 단속은 ‘전 좌석 아동안전띠 미착용 적발’ 7건이 전부다.
경찰은 “통학차량을 일일이 쫓아다닐 수도 없는 데다, 이런 단속은 어린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때문에 경남지방청 지침에 따라 적극 단속보다는 신호위반, 아동안전띠 미착용 등 다른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동승자 탑승 여부까지 같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준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학원 운영자에게 무조건 지키라고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초등학생 경우 동승자 대신 운전자가 내려서 승하차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안전관리 자격증 제도 등을 도입해 안전기준을 높이는 등 현실성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