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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 동네 법률 주치의] 뺑소니..
오피니언

[우리 동네 법률 주치의] 뺑소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5/21 10:25 수정 2018.05.21 10:25













 
↑↑ 이상웅
아는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양산시민신문 
올봄에는 유난히 비가 잦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봄비라 하기에는 거센 빗발을 뚫고서 밤중에 차를 모는 남자가 있습니다. 비도 비지만 가로등도 변변찮고 게다가 주택들 사이로 난 왕복 2차선의 도로가 좁기도 해서 속도를 줄여 코너를 돌던 찰나, 무엇인가 백미러에 부딪히는 듯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충격’ 정도는 아니었던 데다가 우산도 없이 차 밖으로 나가기 귀찮은 마음에, 그대로 서행을 하며 백미러로 확인해봤지만 별 이상이 없어 그대로 현장을 떠났고, 집에 도착해서도 ‘노면의 돌이 튀었나 보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 후 경찰서에서 뺑소니라며, 피해자가 있고 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자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뺑소니(도주운전)가 되는 건가요?


흔히들 ‘뺑소니’라고 하면 약칭 특정범죄가중법 더욱 줄여서 특가법상 ‘도주차량 운전죄’가 문제 되는 경우입니다. 특가법 조항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 죄는 자동차를 운전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운전자가 그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고서 ‘도주’한 경우 성립하며 그 결과 즉, 피해자의 사상(死傷)에 따라 처벌의 정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뺑소니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가요?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에 ‘필요한 조치’로는 피해자를 돌보는 ‘구호 조치’와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리는 ‘신원확인 조치’가 주로 문제 됩니다. 피해자를 구호하는 일은 가해자 즉,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등 사고현장의 구체적 상황에 비춰 통상 요구되는(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리라고 인정되는) 정도는 돼야 하고, 경미한 사고라도 ①정차해 피해를 눈으로 확인하고 ②피해자와 대화를 나눠 통증이 어떠한지 얘기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구호 조치와 함께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련 있는 사람에게 운전자 신원을 알려줘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이때 단순히 차량등록원부만을 주거나 차량을 현장에 그대로 두고 떠난 것만으로는 그 신원확인 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사고 난 줄 알았어야 구호나 신원확인 조치 없이 도주하려 했다는 점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를 세워 확인했더라면 얼마든 사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런 조치 하나 없이 별일 아닌 것으로 알고 사고현장을 벗어났으므로 ‘미필적’으로나마 사고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여기서 미필적이란, 당시 사람이 다쳤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믿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뺑소니 즉, 도주차량 운전죄로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피해가 전치 몇 주까지는 아니고 ‘통증’ 정도에 그쳐, 굳이 병원에 입원ㆍ통원 치료 없이 집에서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면, 이를 상해로는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때 구호나 신원확인 조치가 없었다 하더라도 뺑소니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를 냈을 때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일이 급선무이겠지만, 오늘 살핀 것처럼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더욱 간편하게는 그 즉시 보험사와 경찰에 사고 사실을 신고해 자료를 남겨둠으로써 혹 있을지도 모를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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