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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친정
오피니언

[詩 한 줄의 노트] 친정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5/29 09:42 수정 2018.05.29 09:42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친정

-조정숙


나 가끔 친정으로 돌아가면
금세 엄마의 어린 딸이 되어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녹신녹신해져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일들
그만 까마득해지고
길을 가다 지나쳐 만난 사람처럼
남편 얼굴도 서먹서먹해져서
엄마 손에서 익은 물김치
호록호록 떠먹어가며 밤새도록
친구 같은 수다를 떨었네.

엄마도 참 고생이 많수
서로 마음을 만지작거리다가
니 사는 게 그리 호락호락 한 줄 아나
좀 더 살아봐라 내 맘 알끼다
엄마를 관통한 바람이
목적도 없으면서
천천히 나에게 불어오는
내 속엔 작은 엄마가 있어서
가는 허리가 자꾸 휘청거린다.


l 시 감상

시집간 여자에게 있어 ‘친정’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보면 엄마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위에서 몇 번이고 들었던 말. 김치부터 작은 밑반찬까지 엄마에게 의지했던 시간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면서도 늘 친정엄마 앞에서 내 감정을 함부로 해 버리는 자신, 이 글을 쓰는 순간 미안한 마음으로 나를 채찍질하면서 엄마 얼굴을 떠올린다. 물론 그런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그냥 ‘엄마’라고 부르는 말 한마디에 모녀의 마음은 통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해마다 이맘때면 외할머니표 알타리 물김치를 좋아하는 아들 덕분에 나는 또 물김치 담가두었다고 가져가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고 또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시는 엄마. 시집간 딸에게 친정엄마만큼 애틋함을 가지는 사람이 또 있을까? 물김치를 상 위에 올리면서 맛있게 먹을 외손자와 딸, 그리고 사위를 생각하며 흐뭇해하실 내 엄마의 푸근한 미소가 생각나 글을 쓰면서 나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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