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교복이 7~8세 아동복보다 작다는 사실 아시나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여학생 교복이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의 현대판 코르셋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실제 교복과 아동복의 소매통, 기장, 어깨선, 허리선 등을 비교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교복 규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교복을 편하게 바꿔 달라’는 청원을 올리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양산지역 몇몇 학교에서 남녀 구분 없이 펑퍼짐하고 통기성이 좋은 ‘생활복’을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교복 결정권’을 준 셈이다.
양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양산지역 내 중ㆍ고등학교 26곳 가운데 하복을 생활복으로 전환하거나 혼용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9곳이다.
이 가운데 물금고등학교(교장 오의균)는 쿨 맥스 등 시원한 소재의 셔츠와 활동하기 편한 반바지를 하복 교복으로 대체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2~3학년은 기존 교복과 혼용할 수 있도록 학생 자율 선택에 맡겼다.
물금고가 하복을 생활복으로 대체하게 된 것 역시 학생들의 건의 때문이다. 평균 14시간 동안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이 더운 여름 땀이 많고 활동하기 불편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게 해 달라는 건의가 빗발쳤다. 지난해는 이 같은 학생회 건의에 따라 색상과 소재를 엄격히 제안하는 선에서 사복을 입기도 했지만,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불편한 교복이나 생활지도 지적 가능성이 있는 사복 대신 체육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땀범벅이 된 체육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학생들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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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물금고 인성부장 교사는 “물금고는 2년 전부터 생활복 도입을 고민해 왔고, 학생들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사전 설문조사 후 교복선정위원회까지 통과해 올해 하복부터 생활복을 도입했다”며 “분홍색과 짙은 남색 두 가지 색상의 통기성이 좋은 피케셔츠와 반바지로, 선택에 맡긴 2~3학년 학생들 상당수도 생활복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생들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물금고 학생들은 “기존 교복 셔츠에 비해 세탁 후 건조나 운동 후 땀 건조가 빨라서 좋다”, “치마 교복은 의자에 앉을 때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신경이 쓰였는데, 생활복 반바지는 신체활동이 훨씬 편하다”, “여학생 셔츠는 허리 라인이 잡혀있고 앞부분이 단추라서 속옷도 신경쓰이고 불편했는데, 상의 핏이 여유로워 많은 시간 학교에 있어도 편하다” 등 각자 의견을 말했다.
효암고등학교(교장 강호갑) 역시 지난해부터 도입해 현재 1, 2학년 학생 전원이 생활복을 착용하고 있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뿐 아니라 치마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강식 효암고 교감은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바로 학교다. 시설 못지않게 교복도 학생에게 편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교복은 정장 스타일의 ‘핏’을 강조하는 탓에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로 불편한 옷이 됐다”며 “몸에 잘 맞는 생활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꽉 끼는 교복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자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학생들이 치마며 셔츠 등을 수선해서 딱 맞게 입기 때문에 교복 제작사에서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몇몇 학생들과 광고 모델들이 교복을 줄여 입었던 행위로, 교복 자체가 줄어든 사실을 정당화할 순 없다”며 “멋을 내기 위해 교복을 수선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당연히 선택권을 줬어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