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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영 전교조 양산중등지회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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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교문 앞에서는 그 변화가 멈춘다고 하던 말도 다 옛말이 된 것 같다. 큰 틀에서 변화가 더딘 입시제도와 교육여건 속에서도 ‘행복학교’, ‘배움중심 수업’, ‘회복적 생활교육’ 등 학교혁신, 수업혁신, 생활지도 혁신을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수업을 바꾸고 나니 수업이 행복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는 교사들, “지루했던 수업시간에 이제 잠이 오지 않는다, 꼴찌도 할 말이 있는 수업”이라고 말하는 아이들, 통제와 처벌 중심이 아닌 공동체 안의 책임과 관계성 강화로 이뤄지는 생활지도, 나의 자녀만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이 함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마을학교….
이러한 변화들은 전국적인 교육혁신 바람과 진보 교육청이라는 여건 속에서 학교와 지역 곳곳에서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변화들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서 불필요한 걸림돌이 양산에 하나 있다. 바로 비평준화된 고등학교 문제이다. 교육은 변화하고 있는데 선발제도는 수십 년째 그대로, 오히려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양산의 일반 고등학교 선발제도는 이미 선발 기능을 잃어버렸다.
양산교육지원청을 통해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양산지역 중학교를 졸업해 양산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 수는 2017학년도에 2천939명, 고등학교 입학정원은 3천177명이며, 2018학년도에는 각각 2천603명, 3천10명이다. 즉 양산지역 중학생들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면 누구나 진학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해 일류, 이류, 꼴찌 고등학교로 구분하는 고교서열화는 집단지성과 협력을 요구하는 교육적 추세에 역행하는 교육과정을 야기하고, 수업과 생활지도에 힘을 쏟아야 할 고등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과 행정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 성과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상위 30% 이내 학생들만 모여 있는 교실보다 1%에서 100%까지 고른 성적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배움이 더 잘 일어나고 협력적이며, 학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고교평준화는 비뚤어진 교육과정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는 미래 교육의 첫 시작이다. 1%에서 100%까지 고른 분포로 모든 고등학교에서 실질적인 평준화가 이뤄지므로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그 학교만의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성적만이 아닌 자율성과 다양성을 통해 학생과 학교가 함께 성숙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이 이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융합능력이 핵심사고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 변화하는 학교에 걸림돌은 없는지, 나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양산의 고교평준화는 이런 고민의 정점에서 시작된 반성이고, 교문 앞에서 멈춘 변화를 견인할 중요한 시도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