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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평생 돌봄 필요한 발달장애인… 성인은 갈 곳 없다..
사회

평생 돌봄 필요한 발달장애인… 성인은 갈 곳 없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8/07/24 09:59 수정 2018.07.24 09:59
[양산시 발달장애인 부모 간담회]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 아픔 공감
학교 졸업한 성인 발달장애인
갈 곳 없어 집 안 방치 수준
성인 발달장애 특성 이해하는
전담 복지관 설립 필요성 제기

“학교 졸업이 축제가 아니라 두려움의 시작이다”

“38살 된 우리 아이는 흡사 힘 센 치매 환자다”

“부모는 아플 자격조차 없는 평생 죄인이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말이다.



지난 19일 김일권 양산시장이 발달장애인 부모 33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이날 영ㆍ유아부터 학생, 성인까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또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시장 역시 시종일관 눈물을 보이며 이들의 아픔 속에 들어가 부모 시각에 맞춰 정책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장애아동 치료ㆍ재활서비스 부족, 장애아동 전담 교육기관인 양산희망학교 지원, 교통약자 콜택시 효율성 강화 등 다양한 문제점과 정책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특히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성인 발달장애인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신체장애는 시스템을 잘 갖추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생을 함께 앓아야 하는 장애다. 더욱이 성인이 되면 복지 밖으로 내몰려 갈 곳 없는 처지로, 오롯이 가족들이 떠안아야 하는 책임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둔 한 부모는 “23살 된 우리 아이는 지금도 기저귀를 한 채 생활할 정도로 엄마 손길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며 “얼마 전 내가 사고로 5일을 입원했는데, 그야말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됐다. 우리 같은 부모는 아플 자격조차 없다”고 읍소했다.

양산 발달장애인 76%가 성인… 시설 턱없이 부족

양산시에 따르면 양산지역 발달장애인은 모두 1천405명이다. 발달장애란 신체와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와 다르게 발달이 나타나지 않아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 유형으로,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포괄한다. 이 가운데 만 18세 이상 성인 발달장애인은 76%(1천72명)를 차지한다. 학령기에 들어가는 18세 미만은 333명이다.


이처럼 양산지역 발달장애인 9명 중 7명이 성인이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발달장애인이 낮 동안 머물 수 있는 양산지역 내 주간보호센터는 모두 3곳이다. 하지만 이곳 수용 인원이 대부분 10명 안팎이라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나마 한 곳은 장애아동 전담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보호시설 역시 3곳이 있지만, 2곳은 포화상태고 나머지 한 곳은 부산지역 법인에서 운영해 양산시민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고등학생까지는 일반 초ㆍ중ㆍ고교 특수학급은 물론 특수학교도 있어 교육과 보호, 돌봄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이 생활보호시설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성인 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주간보호센터와 직업재활시설 그리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복지관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 고려한 발달장애인복지관 필요성 제기

더욱이 몇 해전 18세 1급 발달장애인이 복지관 3층에서 두 살배기 아기를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종합복지관 중심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중증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장애인 시설 이용이나 프로그램 참여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호소도 나왔다.


이에 양산지역에 발달장애인복지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해 자립ㆍ재활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을 전담하는 복지관을 말한다. 현재 전국에서 발달장애인복지관은 모두 8곳이 있다. 서울 5곳, 광주ㆍ전남ㆍ부산이 각각 1곳으로, 경남은 단 한 곳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민간에서 설립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전국 최초 발달장애인 전담 복지관인 사회복지법인 나사함을 설립한 방대유 이사장은 광역자치단체별로 최소한 한 곳씩은 있어야 기초자치단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경남을 대표해 양산지역에 설립고자 하는 것이다.


방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내가 죽어도 자녀가 사회구성원으로 잘살아가는 것’ 아니면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일 정도로 모든 돌봄 주체와 책임이 오롯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현실”이라며 “때문에 발달장애인 복지관은 직업재활과 생활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물론 중ㆍ장년기 이후 주거 상담에 부모님 사후 준비까지 돕는 그야말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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