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게 좋았다. 그래서 시작한 가수 활동. 하지만 대중의 관심과 힘든 스케줄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아니 노래가 좋았을 뿐, 다른 활동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수라는 꿈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 우연히 다시 찾아온 기회. 그녀는 고민 끝에 기회를 꽉 붙들었고 지금 가수의 꿈을 다시 펼치며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인생 제2막을 연 양산 출신 가수 송유경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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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람들도 제가 누군지 잘 몰라요. 아직 유명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일부로 알리지 않았죠. 양산에 살다 보니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양산지역 무대를 살짝 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얘기하고 싶어요. 저 가수 송유경이라고요”
가수 송유경. ‘송유경’이라는 이름 앞에 당당히 가수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녀가 가수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MBC 주부가요열창’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며 꿈을 키웠다. 그래서 무작정 경연에 참가했다. 9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고도 최종 서울 경연에서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몰랐던 거죠. 전문가에게 노래를 배우고 경연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목소리가 좋다며 노래지도를 받아 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해 줬죠. 그래서 대중가요 전문 작곡가 양병철 선생님을 찾아가면서 진짜 노래가 무엇인지, 노래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그제야 깨닫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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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항조 ‘가지마’, 최진희 ‘와인’ 등을 작곡한 김인효 작곡가에게 ‘핑계대지마’라는 곡을 받으면서 가수 송유경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본격적인 가수 활동으로 무대 콜이 쇄도했고, KNN 쇼 유랑극단 심사위원까지 맡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행사와 방송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였지만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제가 그릇이 작았던 거죠. 그렇게 바라던 꿈을 이뤘는데 그 생활이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무게로 다가오더라고요. 5~6년 만에 가수 활동을 접었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후련할 줄 알았는데, 두고두고 아쉽고 후회되더군요. 참 우습죠”
꿈을 접고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 송유경에게 우연히 곡이 찾아왔다. 2016년 양산시에서 공모한 ‘내원사의 밤’이라는 곡의 주인이 돼 달라는 요청이었다. 데모 테이프를 듣는 순간, 잠시 접어뒀던 꿈이 가슴을 두드리며 뛰쳐나왔다. “그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그렇게 인연을 맺은 ‘내원사의 밤’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래 그래요’라는 타이틀로 가수 송유경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됐다. 첫 번째 앨범 이후 10여년 만이다. 그리고 ‘2017 베스트가요쇼 대축제’에서 올해의 신인가수상을 받았다. 국내 트로트 가요 시상식 가운데 권위와 공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회였기에 영광, 그 자체였다.
“기뻤죠. 꿈을 다시 펼치기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실패(?) 했던 꿈이었기에 더욱 간절했나 봐요. 이제는 저를 불러주는 무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해요. 어느 무대 할 것 없이 영광스럽고 최선을 다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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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집 정규앨범도 발표하며 ‘나만의 사랑’, ‘당신의 사랑’이라는 곡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영 등 노래방 기계에도 수록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각종 행사의 단골 가수로 TV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만의 사랑’은 전통 트로트로 사랑을 표현 못 하고 가슴앓이하는 마음을 애틋하게 담은 곡이죠. ‘당신의 사랑’은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세미 트로트로 젊은 분들도 좋아하세요”
가수 송유경은 꿈이 또 하나 있다. 욕심쟁이라도 놀려도 어쩔 수 없다. 이웃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는 꿈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이라는 말은 거창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저 내가 좀 더 기쁜 무대에 더 많이 서고 싶은 거죠. 카메라도 없고, 빽빽이 들어선 관중도 없는 무대지만, 제 노래에 기뻐하는 어르신ㆍ장애우들 얼굴을 보면 저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인기를 얻고 싶어요. 무명가수보다는 인기가수가 노래를 선물하면 더 좋지 않겠어요? 하하”
가수 송유경의 노래를 양산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 내달 18일 물금 워터파크에서 펼쳐지는 ‘수어(수화)노래 거리문화제’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녀의 말처럼 카메라도 없고, 빽빽이 들어선 관중도 없지만, 우리 양산지역 이웃들이 있는 무대이기에 그녀는 공연이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