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문득 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허무,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섬을 돌며 유독 고독과 외로움으로 시를 쓰신 분으로 섬에 관한 시편만으로도 몇 권의 시집을 출간하신 이생진 선생님.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고 보면서 결국은 무(無)를 무로 인정함으로 인해 자유를 탐구하는 진정한 허무주의자(nihilist)가 아닐까?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흐르고 옷이 찢기면서도 남는 건 빈 가슴인 세상. 만남과 만남 사이에서 느끼는 고독, 아무런 이유 없이 웃음 묻은 글 속에서도 슬픔이 배여 있어 독자마저도 그의 작품 안에서는 슬프다. 사물을 관조하는 힘이 유달리 뛰어나서인지 곳곳에 스스로를 많이 두고 있으면서도 외로움으로 가득 찬 글들이다. 평생을 섬으로 돌며 400여개가 넘는 유인도를 거의 다 돌아보셨다고 했다. 그의 대표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제주도 명예 도민증까지 받으셨던.
아흔의 연세로도 눈빛이 참 맑게 느껴졌던 선생님의 모습, 함께하면서 중간중간 말씀이 곧 시로 전해졌던 순간들로 글에서뿐만 아니라 목소리에서도 외로움이 배여 있었던 그때 그 시간. 나 역시 이유 없는 허무를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