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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배내골 펜션 사업자들, 느닷없는 단속에 생계까지 ‘막막’..
사회

배내골 펜션 사업자들, 느닷없는 단속에 생계까지 ‘막막’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8/07/31 09:39 수정 2018.07.31 09:39
[된서리 맞은 배내골, 무슨 일이?]

양산시, 펜션 80% 위반 적발
무단 증축ㆍ불법 용도변경 등
정부 지침에 주민 간 고발 잇따라
법 개정 탓에 양성화조차 못해
배내골 펜션 사업자들 망연자실
“전 재산 들였는데 영업 못 한다니”
생계형 펜션 사업자 출구 열어줘야

은퇴 후 3년째 배내골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 씨. 전원생활과 함께 펜션 임대로 노후 소득을 보전해 왔다. 그러던 이 씨는 얼마 전 양산시청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이 씨가 운영하는 펜션 테라스가 건축법을 위반했으니 시정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씨 펜션이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이 씨는 테라스와 창고 등을 철거한 뒤 재시공을 할 계획을 세웠지만, 관련 법 개정으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 일단 철거하면 재시공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씨는 “은퇴 자금을 끌어모아 펜션을 운영해 왔는데 갑자기 사업을 못 하게 되니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양산시의 갑작스러운 불법 펜션 단속에 배내골지역 생계형 펜션 사업자들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


양산시와 펜션 사업자 등에 따르면 올해 양산지역 펜션 100곳 가운데 80여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대부분 무단 증축, 불법 용도변경, 연면적 초과 등이다. 그동안 펜션 설립과 운영에 비교적 느슨하게 대처해 왔던 지자체가 갑자기 모든 펜션을 소급 적용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 주민 간 민원ㆍ고발 잇따라

펜션은 ‘농어촌민박’으로 분류된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이란 ‘농어촌 관광 활성화ㆍ농어촌 주민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지역 주민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숙박ㆍ취사ㆍ조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농어촌민박 운영자의 등본상 거주지가 해당 지역이고, 펜션 규모가 230㎡ 미만이기만 하면 비교적 자유롭게 토지를 이용해 숙박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이 전국에서 농어촌민박이 많은 지자체 10곳을 선정해 표본 점검한 결과, 위반사항이 상당수 적발됐다. 이후 농림부는 전국 지자체에 불법 펜션 단속 전수조사를 명령했고, 이 씨와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산지역의 경우 마을 주민 간 오해와 갈등으로 인한 다수의 민원과 고발이 대대적인 단속을 부른 더 큰 원인이다. 한동안 펜션뿐 아니라 일반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불법 건축물이 있어 단속해 달라는 배내골지역 주민 민원이 수십건 접수된 것.


이에 양산시 농정과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건축과는 <건축법>에 따라 접수된 민원을 중심으로 단속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절반이 넘는 펜션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위반사항 개선을 통해 양성화를 하고 싶어도 관련 법 개정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씨와 같이 원동면 일대가 법률상 관리지역에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돼 용적률이 40%에서 20%로 떨어지면서 불법 건축물을 철거한 후 새로 건축이나 시공을 더는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 양산시민신문


또 부지 용도 문제다. 상당수 펜션이 주택지가 아닌 근린생활시설 부지에 건립돼 있어, 양성화를 위해서는 용도변경이 필수다. 하지만 2017년 12월 1일부터 <건축법>이 개정돼 단독주택도 내진설계(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가 의무화됐다. 때문에 내진설계가 안된 기존 주택이 있는 부지를 지금에 와서 주택지로 용도변경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불법 묵인해 놓고 이제 와 ‘철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펜션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사실상 위반사항이 최근에 발생한 것이 아닌데 펜션 사업자가 수차례 바뀐 지난 10여년 동안 단속이 없다가, 이제 와 양성화조차 할 수 없는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펜션 사업자는 “이미 펜션 사업자가 2번이 바뀐 펜션을 2년 반 전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 양산시가 2006년도에 불법 건축물을 설치했다며 철거 명령을 내렸고, 그제야 펜션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벌금 한 번 낸 적 없는데 사실상 12년 동안 방치해 뒀다는 것은 불법 펜션임을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방조해 온 지자체의 관리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는 “사실상 농림부 방침에 의한 단속이었다기보다는 ‘나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이웃집ㆍ이웃마을 펜션에 대한 주민 고발이 잇따르면서 일제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난해 말 마을 이장단과 지역 시의원, 지자체가 나서 자제 요청까지 했지만 막을 수 없었고, 이미 시정명령 조치를 받아들여 불법 건축물 철거 등을 이행한 펜션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모든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민박업 취지에 반하거나 건축법 위반으로 운영되는 펜션에 대한 규제는 불법을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일면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생계형 펜션 사업자들이 불법 여부도 모른 채 배내골 펜션 시장에 진입했다. 이런 현실을 초래한 데는 느슨한 규제와 감시를 해 온 지자체 책임도 적잖다는 점에서 생계형 사업자들의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산시의회 김효진 의원(자유한국, 물금ㆍ원동)은 “원인이 어찌 됐든 다수의 민원과 위반사항이 발생한 데다 양산지역 펜션업계에 큰 위기가 닥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양산시가 규정과 원칙으로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며 “특수사항이니만큼 건축과, 농정과, 건설과 등 흩어져 있는 관리부서를 한데 모아 특별처리 전담기구를 만들어 다수 민원에 대해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단독주택 테라스의 경우 20㎡까지는 가설건축물로 인정하는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양산시 건축조례>를 일부 개정한 바 있다”며 “이 같은 가설건축물 인정 테라스 면적을 좀 더 확대해 펜션 사업자들 숨통을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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