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계동 골판지 제조공장 화재로 인근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제조공장은 공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택가로 불길이나 유독 연기가 번지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7시 37분께 덕계동에 위치한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내부로부터 최초 발화가 시작돼, 임시로 쌓아놓은 야적 물품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대형화재로 번졌다.
양산소방서는 화재 발생 15분 후 소방비상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는 담당 소방서는 물론 3곳 이상 인접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가 모두 출동하는 단계로, 168명의 소방인력과 28대의 소방차량이 동원됐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은 우선 인명 구조에 나섰다. 공장 내 미처 탈출하지 못한 기숙사 인원 2명과 건물 뒤편 모텔 투숙객 20명 등 모두 37명의 시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무엇보다 인근 상가와 하천 건너 주택가로 불이 번지는 것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막았지만, 1시간 넘게 뒤덮은 화마는 490여㎡에 달하는 제조공장을 쑥대밭처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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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오후 8시 10분께 인근 A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덕계동 공장 화재 현장. |
ⓒ 양산시민신문 |
인근 A아파트 주민 한아무개(38) 씨는 “15층에서 내려다보는데 마치 집 앞에서 불이 난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60~ 70m밖에 안되는 곳에 있는 공장이다 보니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와 재빨리 문을 닫았다. 관리사무소에서 비상상황을 알리는 방송까지 나와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 오아무개(40) 씨는 “부산에 사는 지인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현재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양산(덕계) 화재’가 올랐다며 괜찮냐는 안부 전화였다. 그러면서 왜 대단지 아파트 앞에 공장이 있느냐고 묻는데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공장이 위치한 곳은 일반주거지역으로, 공장 반경 100m에 500여세대 아파트가 있다. 웅상지역 도시정비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기 전에 들어서 이처럼 공장과 주택가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때문에 지난 4월 양산시의회가 이제는 주거지역 내 제조업소 허용을 금지해 난개발을 막자는 취지로 <양산시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다 조례가 부결되면서 주택가와 제조업소 간 위험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