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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건축학 개론과 마을학 개론..
오피니언

건축학 개론과 마을학 개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8/14 09:26 수정 2018.08.14 09:26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2012년 개봉한 ‘건축학 개론’ 영화는 줄거리가 주인공인 건축가와 그에게 집 설계를 맡긴 첫사랑의 이야기지만 오늘 필자가 하고픈 말은 건축과 마을 이야기다.



필자가 최근에 집을 지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한 공사는 폭염이 꺾기고 난 지금이 돼서야 끝이 났다.(그동안 매일 집을 짓는 과정을 확인했다) 집을 짓고자 본격적으로 준비한 시간은 2년정도 된다. 그동안 건축책이나 잡지도 수십권을 보았고, 많은 건축 관련 사이트도 들어가서 자료를 봤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하나부터 백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건축주라는 이름은 대개 살아가면서 처음일 경우가 많고, 또 그만큼 서툴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건축은 크게 설계하는 건축가와 시공하는 시공사로 나누고, 시공에는 골재 및 목재 등 많은 공정과 그 공정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땅을 파고 첫 콘크리트를 붓는 것과 철근을 박고 목재를 덧대고 각종 건축자재들을 설치하고 검사하고 마지막 인테리어까지 건축주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으며,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완성돼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고, 하자가 많은 집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곧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집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건축에 관해서는 1도 모르는 초보 건축주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전문가들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아는 것도 물어보면서 살얼음 위를 걸었다.



건축이 끝난 지금에서야 집 완성도에 만족하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놓였다. 개인의 집을 짓는 데도 이처럼 신경을 많이 쓰이는데, 하물며 많은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성장시키거나 새로이 만들고자 할 때, 도대체 얼마의 노력의 과정이, 많은 전문성이 한데 어울려져야 하는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태동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가 공저한 ‘마을학 개론’의 개념에는 시민정치 수업의 일환으로 지역이 무엇인지, 지역에서의 커뮤니티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의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등 마을 현장과 밀착해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고 나온다.



필자는 이번에 느낀 개인의 경험인 건축학 개론과 마을학 개론을 연결 지어서 이야기하고자 긴 이야기를 이어왔다. 하나의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과 새롭게 만드는 일 모두 처음 설계를 잘해야 한다. 단순하게 기획하는 일이 아니라, 주민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야 하고, 참여해야 한다. 또한 설계는 공정 중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그 바뀜에 대해서도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기획이 실행될 때는 주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참여도 해야 한다. 또한 시공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를 믿고 신뢰해야 하며, 서로 묻고 답하면서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이라 할지라도, 안내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시작하고 끝을 볼 수 있는 긴 기다림의 시간은, 처음 꿈꾸었던 주민의 마을에 대한 희망이다. 그러니 그 꿈들이 소중하게 마을 설계에 녹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억되고, 그래야만 가꿔나갈 수 있다.



필자는 이 마지막 부분을 ‘주민 당사자의 신뢰, 공동체의 신뢰, 전문성의 신뢰’라고 정의하고 싶다.

컨템포러리(동시대의)라는 단어가 있다. 지금 마을공동체가 컨템포러리로 가는 방향에 있다고 본다. 도시재생이 그렇다고 본다. 마을의 노후와 시대 변화가 사람이 사는 마을을 현대적으로 변화하게 한다. 하지만 컨템포러리라는 단어 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모두 공존할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간대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세가지 신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좁은 집이 지어지는 것만큼, 좋은 마을도 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긴 글을 마친다.

※개론: 어떤 학문 따위의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 서술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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