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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물고기에게 배우다 ..
오피니언

[詩 한 줄의 노트] 물고기에게 배우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8/28 09:33 수정 2018.08.28 09:33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있는 시다. 개울에서 또는 맑게 흐르는 계곡물에서 우리는 흔히 헤엄쳐 지나는 물고기를 예사로 보게 된다. 볼 때마다 참 빨리도 헤엄쳐 다닌다는 생각만 했을 뿐 정해 놓은 길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길을 만들어 헤엄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물고기에게 배우다’는 제목이 주는 기분이 묘해 몇 번이고 되뇌며 읽어보다가 화자의 삶과 연관을 지어 보기도 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을 상처하나 만들지 않고, 물론 시에서처럼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없이 길을 만들어 내는 물고기들이 대단하다. 물고기들이 물에서 헤엄치는 그 방법을 사람들도 배워볼 수 있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또한 부딪힘 없이 마음대로의 동선을 그리며 서로 즐기면서 따뜻한 정이 오가는 길을 만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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