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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아모르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오피니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아모르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09/04 09:22 수정 2018.09.04 09:22














 
↑↑ 지추련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양산시민신문 
청소년들 중에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것이다. 그냥 들으면 푸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숨 막히는 위기감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지나가듯 던지는 말에도 그냥 흘려듣기가 어려운 것은 청소년들이 말하는 죽음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인터넷 게임을 하는데 부모가 못하게 해서 죽고 싶었다. 게임만큼은 암울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인데 이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친구들과 싸워서 살기 싫다고 한다. 친구들이 왕따시키는 것도 힘들지만 학교 안에서 혼자가 되는 것이 더 무서워서 죽고 싶은 것이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죽어 버리고 싶다.



이처럼 죽고 싶은 순간은 넘치도록 많은데 왠지 공부와 관련한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고 가장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죽고 싶은 심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절박한 하소연이다. 현재 누려야 할 행복을 저당 잡힌 채 대학입시를 향해 좌절과 포기를 감당해 내고 있지만 미래의 꿈도 없는 현실이 막막해서 마음의 문을 닫은 친구가 있다. 


Q. 학교나 학원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부모님은 늘 ‘공부하는 꼴을 못 봤다, 학원비가 아까우니 다니지 마라’고 해요. 한마디씩 던지는 잔소리에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저 소리가 듣기 싫어서 죽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성적이 더 내려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부모님 잔소리에도 속상함을 그냥 참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부모 잔소리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공부는 해서 뭐하나’하는 마음이 들자 갑자기 모든 것들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잔소리에 서러워서 미래를 포기하는 심정으로 학원을 그만뒀다. 이후 가족과는 점점 대화의 시간이 줄면서 말을 하지 않게 되었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방인이 돼 갔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오랫동안 묵혀둔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공부만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물으면 대부분 청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숨 막히게 답답하다.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다른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고 서열이 정해지면서 비교당하는 아주 기분 나쁜 결과물이다. 공부가 재미있고 힘들지 않다면 청소년들 행복지수는 지금보다 더 많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가운데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공부하는 학생은 10명 중 3명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습 동기와 학습전략, 학업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고교 2학년 학생 1만558명의 학습 동기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은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좋은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다른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지도 못하고 꿈도 없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삶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잡고만 있는 것이다.



꿈을 꾸라고 말하지만 어떤 꿈을 꿔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는다. 꿈을 원대하게 가지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는 것 정도를 바란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대학입시를 위해 암기한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대학을 가고 꿈을 이뤄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서 좋은 대학을 못 간다고 미리 걱정만 하고 절망해서 주저앉아 버리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들은 있는 것이다. 거칠고 힘든 순간이지만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서 견뎌내야 한다. 한 순간씩 하루씩 살아가고 버티다 보면 징그럽게 힘든 이 순간도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이 되어 추억이 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니체는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위대하다고 보았다. 니체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모르파티’가 의미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깊은 좌절이 그 바닥을 보여주지 않을 때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서 견뎌낼 수 있다면 힘든 어떤 순간도 견딜 수가 있다. 죽을힘으로 살 수 있는 이유가 생길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믿어 보자. 괜찮다고 이야기해 보자. 유행가 가사를 흥얼거리듯 아모르파티(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노래를 크게 불러 보자. 모든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행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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