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저씨, 불을 꺼주어서 고맙습니다” 웅상에 살고 있는 7살 조예진 어린이가 소방관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해왔다. 환한 미소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 모습도 함께 담았다. 예진이의 편지는 사실상 웅상주민 모두의 마음이다. 자신의 위험보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소방관들의 사명감에 주민들은 늘 감동이다.
|
 |
|
ⓒ 양산시민신문 |
|
그저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유난히 긴 폭염 탓에 그 고생스러움이 더욱 크게 보였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모여 성금 모금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과일과 음료수를 사 들고 지난달 28일 양산소방서를 찾았다. 웅상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웅상이야기 회원들 이야기다.
지난달 8일 덕계동 골판지 제조공장 화재로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접 소방서 인력과 장비가 모두 출동하는 ‘소방비상 대응 2단계’ 발령이 날 정도의 대형화재였다. 168명의 소방인력과 28대의 소방차량이 동원돼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무사히 진압했다.
화재 진압 다음 날, 웅상이야기 카페에서 고생한 소방관들에게 간식을 보내자는 의견이 오고 갔다. 많은 주민이 폭염 속에 땀에 범벅이 된 채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 전념했던 소방관들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 않았어도 그 감동을 함께 느낀 회원들 상당수가 참여해 성금 모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종성 양산소방서장은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당연한 직무인데, 이렇게 마음으로 챙겨주는 주민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면 소방서 홈페이지를 통해 격려 말씀을 전해 달라. 그것만으로도 소방관들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
 |
|
ⓒ 양산시민신문 |
|
웅상이야기 카페와 소방관들의 인연은 조금은 특별하다. 첫 인연은 태풍 차바가 양산을 강타했던 2016년이었다. 웅상지역 마을이 잠기고 도로가 붕괴하고, 정전 사고에 수도 공급마저 끊기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 공무원, 시민단체, 자원봉사자 모두가 힘을 합쳤다. 이 가운데서도 유난히 소방관들 활약이 눈에 띄었다. 위험하거나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회원들이 감동한 것이다. 더욱이 태풍 차바로 인근 울산 소방관이 고립된 주민을 구하다 순직했다는 글이 카페에 올라오면서, 많은 회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때 소방관 돕기 성금 모금 운동이 한 차례 진행됐다. 웅상119소방안전센터와 평산119소방안전센터 소방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많은 회원들이 공감했고, 많은 성금이 모였다.
하지만 소방서는 정중히 거절했다. 수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해 대신 써달라고 했다. 카페에서는 애초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성금이 써지는 것을 우려해 기부자들에게 일일이 성금을 다시 돌려줬다. 그렇게 한 차례 마음 전달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다 올해 초 웅상119소방안전센터 리모델링 공사 지연으로 소방관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주차장에 마련한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 화재뿐 아니라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출동준비는 물론 화재진압 후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온수조차 나오지 않아 씻을 곳도 없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회원들은 앞다퉈 경남도청과 소방본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소방관 안전을 지켜주는 게 웅상주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공사가 끝났다. 100일 간의 공사가 11개월 만에 완공돼 소방관들 불편과 고생이 컸을 것이라고 위로의 말이 카페에 가득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였던 이 마음을 이제는 표현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번 간식 전달까지 이르게 됐다. 사실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성금을 받는 것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때문에 소방서 역시 간식 대신 마음만 달라는 말을 누차 전해왔다. 하지만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회원들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법이 허락하는 선에서 간식을 받기로 했다.
회원 대표로 소방서를 찾은 진재원 운영스태프는은 “성금 모금과 간식 전달은 회원 모두의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자신의 위험보다 주민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가지지 않는 주민이 어디 있겠느냐. 부담 없이 주민 마음을 받아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