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여론조사를 앞두고 양산고교평준화 찬반 논쟁이 뜨겁다.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 찬성 의견이 나오면 고교평준화를 추진한다. 앞서 두 차례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타당도 조사 결과 평준화 찬성(67.5%)이 반대(31.4%)보다 높게 나오자, 그동안 잠잠했던 반대 입장 주민들이 본격적인 의사 표현에 나선 것이다.
양산고교평준화반대위원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 아이 망치고 양산교육 죽이는 고교평준화 절대 반대’를 주장했다. 다음날 양산시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는 ‘고교평준화는 평등교육의 시작’이라는 내용으로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의 찬반 기자회견을 바탕으로 고교평준화를 쟁점별로 살펴본다.
쟁점1 김해 사례에 비춘 양산 평준화
경남에서 고교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창원, 마산, 진주, 김해 등 4곳이다. 1979년 마산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이듬해 창원 또 그 이듬해 진주가, 그리고 2006년 김해지역 경우 서부지역(장유ㆍ진영)을 제외하고 동부지역 고교 12곳에서 고교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마지막으로 평준화한 김해 사례에 비춰 양산지역 평준화가 필요한지 여부가 첫 번째 쟁점으로 부각됐다.
▶반대위 - 김해의 경우 2015년 상위권 성적 아이들의 역외유출(34.5%)이 심각했고, 대학진학률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감소했다. 때문에 김해 사례를 봤을 때 평준화의 부작용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교 3곳 밖에 없는 동부지역(웅상) 경우 역외유출(16.6%)이 서부지역(10.5%)보다 심각하다. 웅상은 평준화보다 특성화고 설립, 동ㆍ서부 간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추진위 - 김해 관련 주장은 왜곡됐다. 김해는 평준화한 동지역보다 비평준화를 유지하고 있는 읍ㆍ면지역 학생의 역외유출 현상이 더 심각하다(평준화 역외유출 10%: 비평준화 역외유출 13.9%).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공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김해 학생들을 타 지역으로 내몬 것이다. 더욱이 최근 대입제도 변화로 학부모들이 지역 내 고교 진학의 이점에 공감하면서 인재유출이 줄고 있는 시점이다.
쟁점2 현행 대입제도 유불리
대입제도가 과거 수능 위주에서 학생부 중심으로 크게 선회했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 개편안에서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했지만, 여전히 7(수시):3(정시)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평준화가 현행 대입제도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한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추진위 - 수시 비율이 높은 현행 대입에서 고득점자가 몰려있는 학교가 대입에 유리할지, 평준화로 다양한 층위의 아이들이 많은 곳이 유리할지는 누가 봐도 답은 나와 있다. 대학이 수능 점수 입학 비율을 낮추는 이유도 이제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융합 능력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진로ㆍ적성에 맞춰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 등으로 교육정책이 변하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교육체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
▶반대위 - 현행 정시(수능)는 전국 경쟁이고, 수시(내신)는 학교 내 경쟁이다. 양산제일고의 경우 1ㆍ2ㆍ3등급은 수시 위주로, 4등급 이하는 정시 위주의 전략으로 4년제 대학 진학률 95%를 자랑한다. 평준화는 이 같은 상위권뿐 아니라 중ㆍ하위권도 손해다. 상위권 학생이 학교별로 고루 분포하면 중ㆍ하위권 학생의 내신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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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평준화반대추진위원회 기자회견.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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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 기자회견. |
ⓒ 양산시민신문 |
쟁점3 하향평준화 되나?
평준화 논의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향평준화다. 추진위가 하향평준화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했지만, 반대 입장에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여전히 학력 하향평준화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하향평준화가 언급됐다.
▶반대위 - 무엇보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한 교실에 함께 수업하는 비평준화로 인해 학생 관리와 지도가 어려워 수업 진행이 곤란할 것이다. 때문에 상위권 학생 외부 유출이 염려된다. 또 중학생에게 고교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면서 목표와 도전의식이 떨어져 중학교 교육을 등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위 - 하향평준화는 모두 추측이고 우려일 뿐 어떤 근거도 없다. 하지만 평준화 도입 시 하향평준화가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고교평준화는 상위권도 상향되지만, 중위권 성적이 많이 향상된다는 것도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사회이든 중간층위가 많은 집단이 안정적인 발전을 한다는 것 역시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쟁점4 먼 거리 통학
고교평준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제시되는 것이 통학거리다. 때문에 평준화지역을 동ㆍ서부 2개 권역으로 나누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역 분리가 되더라도 여전히 양산 끝자락인 하북지역에 위치한 보광고로 인한 먼 거리 통학이 쟁점이다.
▶추진위 - 현재 보광고는 2대의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 증산신도시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로 올리면 35분~40분이면 학교에 도착한다. 2~3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은 억측인 셈이다. 그리고 현행 비평준화도 신도시에서 보광고로 통학하는 학생이 있다. 평준화로 인해 먼거리 통학을 하는 것은 갑자기 우려되고, 비평준화일 때 학생의 먼거리 통학은 그동안 외면해 온 어른들의 사고가 오히려 더 우려된다.
▶반대위 - 학생과 학부모의 지망과 달리 원거리 학교로 배정되면 통학거리는 가장 큰 고통이 될 것이다. 양산권역을 하나로 묶는 단일안의 경우 왕복 3시간 정도, 동ㆍ서부로 나누는 분리안의 경우 왕복 2시간 이상 통학시간이 소요된다(여러 학생을 태우기 위해 정차할 경우). 생활권 분리와 교통 불편으로 인해 양산지역 현실과 평준화는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