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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당사자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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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당사자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0/02 09:41 수정 2018.10.02 09:41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지역 청소년 생활세계를 둘러싸고 날 선 대립이 오간다. 회원 수가 많은 인기 밴드에 글이 올라오면 또 다른 의견으로 덮이고, 한쪽이 기자회견을 하면 다른 쪽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한다.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고, 출처도 불분명한 현수막에 항의한다. 양산시 고교평준화를 둘러싼 일들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찬반 대립이 이어진다. 한쪽은 경남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실추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하고, 한쪽은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이야기한다. 언론은 적당한 균형과 대립된 시각에 대한 안배를 이야기하며 기사를 작성한다.



이렇게 분명한 찬반이 있는 청소년과 관련한 지역사회 의제를 접할 때면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두 가지 판단기준이 있다.



하나는 “청소년 당사자 입장이 그 어떤 입장보다 최우선이다”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겁하게 양쪽 의견 장단점을 들어 분석하고 양비론을 들먹이며 뒷짐 지고 있는 방관자적 입장이 제일 나쁘다”는 것이다.



양산시 고교평준화를 두고 청소년YMCA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평준화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평준화가 되면 사람들이 학교만으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고 다 평등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평준화가 되면 일단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학교에 다니니까 그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돼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준화가 되면 그전까지 평등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평등한 시작점으로 고등학교를 시작할 수 있고 편견도 없어지고, 여러 개의 성격, 성적, 활동의 아이들이 모여서 조화와 협력을 하면서 경쟁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는 사회가 될 것 같아요”



청소년들은 벌써 알고 있었다. 그동안 교복으로 받았던 편견의 눈총을, 경쟁으로 몰면서 말로만 가르친 공동체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었다. 다만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지난 9월 17일 경남청소년YMCA 회원 일동은 “우리 청소년YMCA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완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관한 지지문을 발표했다. 이 지지문에서 청소년들은 이렇게 말했다.



“6.13 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운동을 통해 경남 청소년 YMCA는 우리들 손으로 직접 교육감을 뽑는 모의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51.6%(2,280표)로 박종훈 후보가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으로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6월 16일 경남교육청에서 박종훈 당선인에게 당선증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청소년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청소년들은 모의투표 때 후보 선택 기준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중요한 후보선택 기준이었다는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학교 내 인권 문제는 청소년들의 당면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박종훈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신속한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9월 11일 발표한 경남학생인권조례에 관한 경남교육청 담화문을 보면서 박종훈 교육감이 청소년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게 돼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일부 어른들 반대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당사자인 청소년들 의견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는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정말 바랍니다”



3.1운동, 광주학생의거, 광우병 쇠고기를 거부하는 촛불집회까지 역사의 현장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다시 오늘 묻고 있다. 광우병 사태 때는 촛불소녀로 참가하고 세월호 참사를 경험했고, 촛불과 광장의 민주주의를 경험한 우리 시대 청소년들이 요구하는 기본권 보장과 자유와 평등 그리고 참여에 관한 인권 관련 요구에 이제 우리는 늦은 화답에 사과해야 할 때다.



청소년들이 초대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인권을 말하는 자리”에 비겁하게 잘난 척 있지 말고 함께 학생인권조례 쟁점을 토론해보자고 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리고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당사자에게 ….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좀 까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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