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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개인을 집단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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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집단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0/16 09:39 수정 2018.10.16 09:39













 
↑↑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양산시민신문 
우리 사회는 급진적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중도입국 다문화 가정 자녀들뿐 아니라 이중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 이주노동자 자녀, 북한이탈주민 자녀들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취학아동 수도 일반 학생은 감소하는 반면에 다문화 학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을 학문적으로나 현상적으로도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경남 일부 지역에는 전교생 가운데 70% 이상 학생이 다문화 학생으로 분류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성공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사회는 이주민 또는 그 자녀를 부를 때 외국인, 다문화, 이민자, 귀화자. 이민자 2세 등 여러 가지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인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외국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귀화자, 국적 취득 여부를 불문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 출신 사람을 이민자로 범주화한다. 이런 개념 규정은 한국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이민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사회는 이주노동자를 ‘손님 노동자’ 또는 ‘초빙 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치즘의 인종차별주의를 극복하려는 의도였다. 독일인이 기피하는 3D 직종을 맡아서 하는 이주노동자를 손님처럼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주인과 손님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해 보면, 독일 사회의 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영원한 손님’으로 대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 개념 역시 정부와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채택한 단어다. 다문화 개념은 10여 년 전 행정ㆍ법률용어로 도입된 후 일상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출신국, 법적 체류자격, 민족, 인종 등을 따지지 말고, 내국인과는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사회집단을 폭넓게 규정하는 개념이라는 점이 마음을 얻은 것이다.



언어는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무심코 던진 “다문화, 손들어 봐라”는 한 마디에 해당 아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구분되고, 그 즉시 해당 아이들은 ‘다문화’라는 또 다른 별명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 교육 현장에서는 특정 학생들을 그가 소속된 사회집단의 명칭으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 ‘다문화’ 개념이 오용될 뿐만 아니라, 주류사회 구성원과 차별하고 구분하는 단어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라는 지칭에 불편해하는 이주민도 적지 않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면 문제가 없지만, 상대방이 싫어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다문화 사회의 필수 덕목인 배려와 관용이다. 혹자는 다문화를 대체할 용어를 이민자 2세 또는 1.5세를 가리키는 용어로 ‘이주 배경 청소년’이라고도 하며 그러한 맥락에서 법률용어로 도입됐다.



그러나 ‘다문화’ 대신 아무리 아름다운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용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타인이 자기를 어떻게 대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가치관을 형성한다. 타인이 자기를 부르는 용어는 ‘사회적 정체성’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개인을 집단의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입으로는 세계화를 말하면서 아직도 머릿속에는 민족주의, 순혈주의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시민의식의 선진화는 요원한 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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