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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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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북면 대석마을에 있는 연구소의 텃밭놀이터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 소리로 가득할 때가 있다. 시내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텃밭을 분양받아 감자, 땅콩 등 손 많이 안 가는 농작물을 심고 가꾸며 수확해가기 위해 들르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다.
이 놀이터는 5년 전 내 아이와 연구소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놀이터인데 줄이 긴 그네와 미끄럼틀, 트럭 코일스프링을 활용한 시소, 자동차 차축을 이용한 회전 그네가 놀이터 시설의 전부다. 잘 정비된 아파트나 공원에 있는 놀이터와 비교해 다른 것이 있다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설물의 구조가 400여평 밭 가운데 100여평가량을 비워두고 만든 시골 밭 맨땅 위의 놀이터라는 것이다.
‘사람 노릇’ 하려고 10년 전 만든 연구소, ‘부모 노릇’ 하려고 5년 전 만든 놀이터, 여기에서 ‘노릇’은 사전적 의미로는 ‘역할’과 ‘구실’이겠지만, ‘놀이’로서 말해보고 싶다. ‘깨침’을 이끌어내는 ‘놀이’의 의미로 ‘교육’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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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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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무렵 시리즈로 부산일보에 연재됐던 ‘엄마, 우리 어디서 놀아’ 기사를 유심히 봐 오며 나는 아이들 놀이와 교육공간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이 있었다. 당시 부산시의 공공 어린이놀이터 현황과 정책에 대한 진단,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글에서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몇 해 전부터 어린이놀이터 운동이 지역 도처에서 일어나는 추세다. 2008년 서울시가 ‘상상 어린이공원 사업’을 펼치면서 시작됐는데 정책 위주로 진행하면서 1천억원이 넘는 거대 자본과 거대 시설로만 진행해 오다가 3년 전 순천시의 ‘기적의 놀이터’가 큰 변환점이 됐다. 당시 공부하기 위해 순천시청 공원녹지사업소를 찾아 담당자와 인터뷰했던 나는 행정의 일방적 전달과 추진체계가 아니라 활용 주체가 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의견수렴을 통해 만들어가는 놀이터 조성이었다는 점에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놀이’를 생각하면 계속 ‘레디메이드(ready-made)’를 떠올린다. 사는 지역과 부모 소득이 아이들 놀이 환경을 결정짓는 시대다. 수도권과 지방을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있고,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놀이터 질도 결정된다. 놀이터의 공공성은 낮아지고,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사람 노릇’, ‘부모 노릇’ 하기 위해 오랜만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 일이 있다. ‘집宇집宙’란 이름(우주/세상)으로 자연에서 다양한 일과 놀이, 예술창작활동을 하며 자연의 소중함과 땀의 가치, 그 위에 만들어가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건강한 교육활동(Hands-on Edu)이다.
한 마디로 ‘자연에서 노는 것’이다. ‘깨침’을 끌어내는 ‘놀이’ 말이다. 놀면서 깨치면 삶에 오래도록 영향을 주는데 요즘의 많은 교육은 가르치려고만 하니 아이들은 힘들고 재미를 잃는 것이다. ‘재미’는 가르칠 수 없고, 스스로 깨우쳐야 하기에 자연에서 또래 친구와 어울려 놀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의 많은 놀이터가 어른들 잣대로 만들어진다. 나는 ‘집宇집宙’를 하며 천성산 일대 숲에서 진행하는 이 놀이터를 만들어주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들과 또는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안전을 고려한 최소한의 배려는 하되 정해진 것은 없게, 아이들과 의논해가며 아이들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방향을 도와주고 상황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재밌는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를 상상했지만 꿈을 담은 놀이터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와서 놀 때 비로소 놀이터가 되었다”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선생님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적당한 위험 요소를 적극 끌어들이며 생각하는 놀이터, 자연 재료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창의적인 놀이터,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참여의 놀이터, 없어지고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동적이며 비구조화된 놀이터…. 이렇듯 만들어진(ready-made) 놀이터가 아니라 숲에서 놀며 배우며, 재미를 깨우쳐 나가는 놀이터를 만들어(Pop-up)나가기로 했다. 천성산 숲과 홍룡사 계곡에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볼 요량이다.
*팝업(Pop-up): ‘갑자기 나타나는’이라는 뜻으로, 자연의 비정형 환경(날씨가 좋든 나쁘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