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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낙엽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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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 줄의 노트] 낙엽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0/30 09:16 수정 2018.10.30 09:16

                  낙엽에게



                                        나호열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나무의 슬픈 날개이다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산이고 들이고 단풍에서 낙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당기기에 적당한 계절이다. 산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나호열 시인의 ‘낙엽에게’라는 시를 떠 올리며 나는 순간 바람이 피운 꽃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자연이 주는 힘으로 무성한 잎이 되고 절정을 이루는 화려한 단풍이다가 낙엽이 되는 나뭇잎은 인간의 생과 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흘러가고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생명이 있는 것에 윤회를 가진 불교사상처럼 자연과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와 걸을 수 있는 중심 역할인 척추의 중요성을 느끼며 부패가 아닌 발효된 삶인 나무의 눈물. 낙엽이 나무의 눈물이라는 시인의 관조적 표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들숨과 날숨, 부질없는 기억,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라는 부분들은 철학적 지성과 감성으로 드러나는 쓸쓸한 정서를 기반으로 내면의 풍경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읽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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