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기에 달하는 송전탑이 이처럼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어 송전시설 지중화 사업 요구는 고질적 민원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양산시가 양산 전역을 대상으로 지중화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는 연구에 들어갔고, 지난달 31일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타당성 없음’으로 최종 결론이 나왔다.
양산시는 지난 6월 양산 전역을 7개 구간으로 나눠 ‘양산시 전력선 지중화 사업 타당성 연구 영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양산지역에 설치한 송전탑ㆍ송전선로ㆍ변전소 등 송ㆍ변전 시설을 대상으로 기본현황을 파악하고, 지중화 사업에 따른 경제ㆍ사회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목표다.
용역 결과, 양산 전역 송전선로 총 길이는 3천22km고, 전주는 3만9천여개, 송전탑은 507개며, 지중화 총사업비는 1조6천260억원으로 산정됐다. 타당성 검토에서는 지중화 사업 기간 장기화로 도심상가 주민 민원과 부지 소유자 반발 등 또 다른 민원이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1조6천여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돼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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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학교, 육아ㆍ보육시설 등도 위협
“단계별 지중화 계획 수립해야”
이 같은 결과 발표에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경제적 타당성만으로 송전시설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송전시설을 지중화하는 데 경비가 들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지중화를 요구하는 것은 생활환경과 건강상 문제로 불안과 위험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시민이 불안하고 위험하게 느낀다고 말하는 데 돈이 든다고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산은 최근 신흥주거지역으로 급성장하면서 신도시에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송전시설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송ㆍ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송전시설 인근 주민 피해를 보상하고 있는 세대가 5만4천여세대에 이른다. 이는 양산지역 내 총세대 수 13만8천여세대의 39%에 달하는 수치다.
더욱이 아이들이 하루 일과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에서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져 학부모 우려가 커졌다.
학교 주변 반경 1km 이내 송ㆍ변전 시설이 있는 학교는 모두 39곳으로, 양산 전체 63%에 달한다. 사실상 양산신도시 1단계 지역 학교와 웅상지역 학교는 모두 포함돼 있다. 더욱이 한 학교 주변에 송전탑 2기나 송전탑ㆍ변전소가 함께 있는 학교도 11곳으로, 중복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ㆍ유아교육기관은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이격거리 측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송전탑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집 부지 안마당에 송전탑이 들어서 있는 곳도 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시민들이 양산 전역의 지중화를 요구한 것이 아닌데 전역에 대한 경비를 조사하고서 (높은 경비 탓에)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유치원, 초등학교, 병동, 침실 등 정온시설지역을 우선으로 단계별 지중화 계획을 적극 수립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