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청소년들이 성평등을 이야기하다..
오피니언

청소년들이 성평등을 이야기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1/13 09:48 수정 2018.11.13 09:48













 
↑↑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양산시민신문 
유튜브에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들’이라고 검색하면 재미있는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다. 실제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는 모임 회원들을 인터뷰한 짧은 영상이다.



회원들에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된 계기나 주변 반응 그리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과 나쁜 점 등을 질문하고 이에 대한 솔직한 대답들을 들을 수 있다. 남자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멋있다고 하는데 사실 멋있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라는 대답과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면 사실 좋은 점보다는 힘든 점이 더 많다고, 솔직히 말해 행복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대답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빈정거리는 칭찬들과 노골적인 적대감들을 경험했을 거라 상상해 본다.



“집수리하는 분이 엄마 혼자 계실 때는 고압적 태도를 보이다가 아들인 내가 오니까 적어도 고압적 태도는 아니었다”, “야식을 시킨 전화번호로 따로 전화를 받은 경험이 여자들에게 많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여성들에게만 문제를 떠넘기는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저출생 문제라고 해야 한다” 등 무심코 지나치는 일들과 무심히 사용하는 언어들 안에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의 문화를 ‘자각’하는 일은 익숙하게 살던 세상에 불편함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청소년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드는 비유가 있다. 처음 안경을 바꾸면 어지러운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보는 안경을 바꾸면 불편하고 어지러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불편함과 어지러움은 적어도 올바른 세상을 향한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으로 정해진 기준을 누가 만들었을까 질문을 던져보고, 정말 이 기준들로 인해 우리가 행복한가 스스로 대답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 토요일 양산시 양성평등 공모사업으로 진행한 “우리가 만드는 성평등한 동네 우ㆍ평ㆍ동” 사업은 청소년들 눈에 비친 우리 동네 성평등 실체를 유쾌하게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한 컷 공모전 시상식을 통해 청소년들은 뷰티크리에이터 남성, 아빠는 가정주부, 트럭 운전수 여성 등으로 이미 청소년의 생활세계를 통해 남녀 이분법이 사라진 세상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청소년 원탁토론’에서 청소년을 둘러싼 세상에서 성차별 사례를 찾아보고, 그 해결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선생님께서 여자는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교복바지 입은 여학생을 신기하게 봐요”, “숏컷한 친구에게 선생님께서 여학생이 머리가 그게 뭐냐고 하셨어요”, “과학동아리에서 남자아이들은 실험하고 여자아이들은 실험도구 설거지를 했어요”, “선생님이 여자애가 예쁘지 못하면 공부라도 잘해야지 라고 했어요”, “여학생 하복 크기는 7세 아동복 크기 같아요”



성평등이란 안경으로 바꿔 보니 참 불편한 게 많은 세상이다. 4개 모둠에서 공통으로 나온 이야기인 급식의 양 차별에 공감하며 자율배식을 해결책으로 낸다. 남학생만 있는 학교는 남고라 하지 않으면서 여학생만 있는 학교에는 왜 여고라고 붙이는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화장실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는 안내문은 떼면 된다고 쿨하게 해결책을 내놓기도 한다.



혼자서 들기가 불가능한 무게가 아닌, 내가 들 수 있는 물건은 스스로 들겠다는 여자들의 결심과 뷰티에 신경 쓰고 눈물 흘리고 싶을 때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는 남자들의 결심이 만나고, 서로를 성별 상자에 규격화시켜 넣지 않는 청소년다운 자유로운 상상력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바꾼 안경 때문에 조금 불편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이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길임에는 틀림없겠지. 그 길에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