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슬로건에 들어간 ‘완전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지만 취임 넉 달여, 그는 이미 도정 전반을 꿰뚫은 듯 지역신문 대표들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경제혁신ㆍ사회혁신ㆍ도정혁신을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의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경제혁신에 있어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은 지역 기업인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국가 차원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남지역신문협의회 공동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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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중앙정치를 하다 광역단체장으로 지방정치를 시작했다. 취임 후 중앙과 지방정치의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있다면 어떤 점인가?
이론과 현실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표됐는데, 대선 때부터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서 분권 확대를 함께 설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선거공약이나 정책으로 논의할 때와 지금 도정을 펴나가면서 느끼는 점은 차원이 다르다. 자치와 분권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고 갈증을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말 그대로 정책은 이론이고, 현장은 현실인 것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국민 삶과 생활에 훨씬 더 밀착해 있고, 더 직접적인 관계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본다. 현장이 갖는 힘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일종의 실사구시, 실용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도지사로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경제혁신과 사회혁신, 도정혁신 등 3대 혁신을 바라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과 성과는 어떤가?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축으로 경제혁신ㆍ사회혁신ㆍ도정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분이 느끼는 것처럼 수년간 경남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남 경제의 뿌리산업인 제조업을 혁신해서 다시 살리지 않으면 경남 경제도, 대한민국 경제도 살아나기 어렵다. 선거 때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강조해왔다. 취임 후 여러 기업인을 만나고, ‘스마트공장 민관합동추진협의회’도 만들었다. 혁신을 하자면 자금조달은 필수다. 금융기관장들도 만나 효율적인 자금지원 방안도 의논했다. 시ㆍ도지사협의회 때 대통령 앞에서도 발표하고, 총리와 장관을 만나서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제 우리 도의 제조업 혁신을 정부 모델로 추진 중이다. 국가 차원 제조업 혁신 전략을 만들어 함께 풀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경제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다. 경남의 중소제조업체들도 스마트공장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스마트공장 확산을 통해 제조업 혁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산단을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면서 산단 내 주거ㆍ복지ㆍ보육ㆍ교육환경을 개선해 실질임금 격차를 줄이는 ‘경남형 스마트일자리’를 함께 만들어 갈 계획이다.
취임 직후부터 경제혁신에 집중해왔다면, 사회혁신과 도정혁신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성공적인 사회혁신을 위해 크게는 두 가지, 도민과 소통ㆍ참여를 확산하는 거버넌스 구축, 그리고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혁신 촉진과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 도정 슬로건에 포함된 ‘함께 만드는’의 의미를 살릴 수 있게 도민 잠재력을 끌어내고 도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겠다.
도정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공무원이 스스로 혁신 주체가 되는 것이다. 공직자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도민과 함께 도민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나 잘못은 면책해주고,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도정혁신추진단을 구성했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한 상황이다.
사회혁신과 도정혁신은 공직사회의 일하는 문화와 행정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 경제혁신과 함께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 창원ㆍ김해ㆍ양산ㆍ거제ㆍ통영ㆍ고성 등은 경남 경제의 어려움으로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거제ㆍ통영ㆍ고성은 조선산업 침체로 더 하며, 이로 인한 청년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한 견해와 대책은 무엇인가?
실제 20~30대 인구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통계로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청년이 빠져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된 것이 없다. 막연히 일자리가 없어서, 일자리를 찾아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고 보는데, 과연 그것뿐인지 그 원인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럼에도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것은 맞다고 본다. 결국 청년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핵심 해법인데, 앞서 설명했듯이 스마트공장을 통한 ‘경남형 스마트일자리’도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 지역 인재(대학) 30% 할당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지역 고교 출신까지 추가로 10%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건의해서 현재 협의 중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취ㆍ창업 지원과 지역 정착금 제도 등 유인책을 발굴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 외에 분야별로 청년이 스스로 청년정책을 만들어가면서 자신들 문제와 미래를 풀어나가고 개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경남청년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기획ㆍ집행ㆍ평가하는, 지원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 사업 추진으로 가야 문화 재조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해는 물론 경남지역 전체에 산재한 역사 유적지를 활용한 경남 관광 활성화 방안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가야사 복원에 있어 설화와 전설로 존재하는 가야사를 우리 역사로 전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가야사 복원 작업도 유적 발굴ㆍ복원ㆍ연구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설화나 전설로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가야사를 콘텐츠로 사업을 만드는 데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투자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유적 발굴ㆍ복원을 통해 가야사를 역사로 인정받게 만드는 게 시급한 과제다. 그런 차원에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문화재청과 영ㆍ호남이 함께하고 있다.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역사ㆍ문화 콘텐츠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 다시 오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경남은 가야문화 외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이 있다. 풍부한 불교문화도 있다. 남명사상,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 더 널리 알리고 문화ㆍ관광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관광산업에서 특히 문화ㆍ예술 분야가 중요하다. 함양에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다. 거기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을 했다. 굉장히 시청률이 높고 이슈가 된 작품의 촬영지였는데도 전혀 활용이 안 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야 하는 사례다. 경남에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한류의 흐름과 함께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국내ㆍ외적으로 유인 요소가 되고,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좀 활기를 띨 수 있도록 해나가려 한다.
❚ 대선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구상이나 출마 의사도 있나?
그 부분은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는데, 제가 져야 할 짐이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머릿속에는 ‘경남’ 말고 다른 건 없다. 산적한 우리 경남의 현안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일하다 보면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직원들과 워크숍에서도 그런 고민을 말한 적이 있는데, 과연 이 어려운 경남 상황을 극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드는 일이 3~4년 만에 가능한지도 알 수가 없다. 경남도민께서 주신 숙제가 경남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인데,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도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한다.
❚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을 말해 달라.
혹시 이렇게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을 시행하는 나라 중에 ‘지방정부’를 ‘지방자치단체’라고 칭하는 곳이 몇 군데가 있는지 아는가? 우리나라와 일본, 두 곳뿐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지방분권인데, 정작 지방정부는 ‘단체’ 대접을 받고 있다. 명칭 자체가 우리 지방자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시장이나 부지사 수를 봐도 우리는 서울만 3명, 나머지는 2명씩이다. 900만 인구의 런던이 10명의 부시장, 58만 인구인 덴마크 코펜하겐이 7명의 부시장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지방자치가 얼마나 빈약한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10월 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일정 부분 자치분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여전히 중앙은 재정과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 지방은 불안하고 부족한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 마치 시혜를 베풀 듯이 찔끔찔끔 풀어주는 형태다.
그런데 한 번 떠올려 보면, 마을 만들기를 통한 공동체 회복, 사회적경제 시스템 정립, 평생학습과 혁신교육,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도입, 로컬푸드와 친환경 공공급식 등 이런 성과는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가 먼저 시작한 우리 삶의 변화다. 특히 지난 민선 5, 6기에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지방정부가 선도해서 실험하고 부딪히며 만들어낸 거다. 이렇게 당당히 실력을 보여 왔다.
혹자는 ‘지방정부에 갑자기 권한을 늘려주면 선거를 의식해 예산을 물 쓰듯 하고, 조직도 무한정 늘리는 병폐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데, 우리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아니라도 국민이 감시하고 있고, 또 국민을 대표해서 각 지방의회가 활동하고 있지 않나? 보충성 원칙에 따라 지역에서 주민 삶과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 국민 요구에 훨씬 기민하고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분권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7년째다. 21세기는 지방분권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고, 자치분권이 대한민국 재도약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 경남은 자랑스러운 역사와 저력을 가진 곳이다. 경남은 대한민국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어 온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민주화와 산업화, 정치와 경제에서 모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경남에서부터 시작됐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도 그렇고, 경남지역도 그렇고 경제와 민생이 여러모로 어렵다. 이 위기를 풀어나가는데도 경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제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왔는데, 지금 선진국을 봐도 제조업을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4차산업혁명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산업정책이 부재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심리적 측면도 중요한데,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 나가야 한다.
도정 슬로건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처럼 완전히 새로운 경남은 저 혼자 힘으로, 공무원만의 힘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 도민께서 함께 해주셔야 만들어낼 수 있다. 도민 여러분께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확대하고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 350만 도민이 함께 힘을 모아서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어가길 부탁드린다. 여러분이 맡겨주시고 기대하시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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