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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다문화, 자기 다양성을 먼저 인정하자..
오피니언

다문화, 자기 다양성을 먼저 인정하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8/11/20 09:21 수정 2018.11.20 09:21














 
↑↑ 명형철
전 양산 하북초 교장
(사)미래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양산시민신문 
사람들은 미래 사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미래 가장 큰 변화는 다문화사회다. 다문화사회에서 점점 중시되는 것은 다양성이다. 문화 다양성을 가르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국제이해 교육, 다문화 교육, 상호문화 이해 교육이다. 이 중에서 국제이해 교육은 국외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문화 교육과 상호문화 이해 교육은 국내 다양성에 초점을 둔다.


한국 실정에는 상호문화 이해 교육이 적합하다. 상호문화 이해교육은 ‘상호관계 이해 교육’이다.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상호문화 이해 교육의 이러한 측면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프랑스에는 ‘다른 사람들의 뿌리를 뽑는 것은 죄악이고 자신의 뿌리를 뽑는 것은 위대한 정복’이라는 글이 있다. 다른 하나는 공자는 ‘부인자 기욕립이입인 기욕달이달인(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이라 했다. 내가 일어서고자 하면 남도 일어서게 해주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나’를 한국인, ‘남’을 외국인으로 바꾼다면, 바로 상호문화 이해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된다.



우리는 ‘다문화’ 하면 바로 ‘외국’, ‘동남아’를 떠올린다. 그런데 ‘다문화’를 사전에 찾아보면 어디에도 ‘외국’이나 ‘동남아’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1860년대 두만강의 잦은 범람으로 간도로, 1900년대에는 미국, 멕시코로,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으로 갔다. 1960년대에는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가 갔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호주로 갔다. 2017년 재외동포재단 통계에 따르면, 이 사람들과 그 후손은 72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나가 사는 민족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간 주된 이유는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1990년대부터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왔다. 결혼이민자는 농촌의 노총각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영세ㆍ중소기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왔다. 이들은 우리가 버젓이 잘살고 있는데 비집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 공백을 메우지 못했기 때문에 들어온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 현황은 저출산으로 새 생명의 탄생이 줄고 있다. 어렵게 태어난 아동 및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이렇게 행복지수가 낮다 보니 자살률도 매우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17년에는 31.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14년 연속 OECD 국가 중 1위다. 유엔의 예측에 의하면 2050년 지구상에서 가장 늙은 나라는 한국이다. 이때가 되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이는 부양받아야 할 사람이 급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받아야 할 사람이 늘어나면 국가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수의 3.9%로 200만이 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7년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5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고, 법무부 역시 2030년에 그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종합해 보면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 정도 되면 내국인과 외국인의 갈등이 본격화된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얼마나 잘 상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문화 교육’은 흔히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은 일반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으로 여긴다.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의 다문화 교육의 대가인 뱅크스(J. Banks) 교수는 다문화 교육을 “다양한 사회계층, 인종, 민족, 성 배경을 지닌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육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운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문화 교육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한국인이 누리는 문화 자체가 ‘다문화’다. 우리 자녀들은 어른들보다 더 다문화적이다. 태아 때는 모차르트 자장가를 들었고, 안데르센 동화로 글을 배웠고, 학교에서 동양적, 한국적인 것보다는 서양적인 것을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누리면서 사는 다문화인이다. 자기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한 첫 걸음임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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